고양 캐롯 김승기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캐롯은 개막과 동시에 상승세를 그리며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등 선전했다. 외국인선수들의 조합이 돋보였고, 전성현과 이정현이 분전했다. 3라운드 들어 부상자들이 나오면서 5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다시 3연승을 거두며 승률 5할을 사수했다.
구단을 인수해 새롭게 출발한 첫 시즌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캐롯 김승기 감독(51)은 미래를 그려가는 작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외부에선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캐롯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김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지만, 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경기력 외적인 부분은 구단 고위층에게 맡기고,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자신의 임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 7~8명 정도 확실한 카드를 만들어놓는다는 생각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시즌을 마친 뒤 신인드래프트 등을 통해 전력을 보강해 10명 정도 괜찮게 구성해놓으면 정상에 도전해볼 만한 전력이 될 것 같다. 그 때까지는 조금 힘들게 갈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9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고양 캐롯과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에서 캐롯 김승기 감독이 이종현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고양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캐롯은 9일 가드 김무성을 서울 삼성으로 무상 트레이드했다. 선수 1명이 아쉬운 캐롯의 사정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는 “김무성은 포지션 중폭으로 우리 팀에선 잉여자원이었다. 기회가 없는 선수를 영입하려는 팀이 있으니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우리 팀에선 기회가 없을 수 있지만, 삼성에선 잘 활용할 수 있다. 굳이 잡아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그런 선수들에게 트레이드 제의가 온다면 선수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롯은 후반기를 앞두고 외국인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구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라, 김 감독이 원하는 바를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김 감독은 “구단 사정도 있으니 내 목소리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