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29, 부산)이 허정무호의 ´사우디전 필승카드´로 거듭날까? 지난달 15일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아랍에미리트(UAE)전을 통해 한국축구국가대표팀에 안착한 정성훈이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기량을 검증받는다. 지난 3일 허정무 감독이 발표한 25명의 대표선수 명단에 포함된 정성훈은 오는 15일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첫 해외원정 출전을 기다리게 됐다. 정성훈은 이번 평가전에서 해외파인 박주영(23, AS모나코)이 리그 일정상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이근호와 다시 투톱으로 짝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카타르전에서 정성훈의 능력이 검증되면 20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3차전에서 그를 ´타깃맨´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뛰어난 스피드와 개인기로 무장한 ´중동의 왕자´ 사우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짧은 패스에 이은 측면돌파보다 긴 패스를 활용한 포스트플레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동원정에 참가하는 대표팀 스트라이커 중 포스트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공격수는 정성훈이 거의 유일하다. 수원삼성의 서동현(23, 수원)은 최근 부상을 털고 K-리그 경기에 나서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문전에서의 파워는 정성훈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다. 결국 카타르전은 정성훈 개인의 주전입지 굳히기 뿐만 아니라 허정무호의 사우디전 성패의 요인 중 하나인 공격 카드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것 같다. 사실 10월 9일 정성훈이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축구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그가 ´주변인´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후반기 K-리그에서 리그와 컵대회를 오가며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기량을 입증했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190cm의 장신 스트라이커였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질 만도 했다. 하지만 일천한 경험 탓에 그가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할지 불투명했고, 첫 훈련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자 기대감은 이내 사라졌다. 이에 정성훈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축구선수로서 나라를 대표할 수 있게 됐다는 성취감으로 마음을 다 잡았고, 다음날 훈련부터 그는 위력적인 슈팅으로 연신 골망을 흔드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던지는 ´투사´를 원했던 허 감독은 그를 믿기로 결정, 우즈벡전 테스트를 거쳐 UAE를 상대로 정성훈을 선발출격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린 이근호(23, 대구)와 짝을 이룬 투톱으로 선발출전한 정성훈은 전후반 내내 좌우 측면으로 쉼없이 움직이며 UAE 수비진을 몰고 다니며 ´정신력 해이´의 비판에 시달리던 대표팀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비록 공격포인트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정성훈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그에게 후한 점수를 매기며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정성훈은 소속팀 부산으로 복귀, K-리그 경기에 나서며 믿음직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2일에는 도움 1개를 기록하며 부산이 17경기 연속무패(13승4무)를 자랑하던 FC서울에 2-0 완승을 거두는데 공헌, 결국 다시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누렸다. UAE전에서 폭넓은 활동영역과 뛰어난 공중 제공능력을 증명했던 정성훈이 카타르, 사우디를 상대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설고 낯설은 적지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만큼 이전의 컨디션 조절법과 훈련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 특유의 정신 사나운 응원을 펼치는 중동 관중들의 특징도 정성훈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꿈이 있으면 역경도 즐길 수 있는 법이다. ´대표선수´라는 꿈을 이룬 정성훈에게 주변 여건은 그저 ´주변´일 뿐이며, 이제는 ´월드컵 본선 출전´이라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야 한다. 근성을 앞세워 대표팀의 일원으로 거듭난 정성훈은 이제 롱런을 준비하고 있다. 카타르전은 정성훈의 축구인생 ´항해일지´에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에 틀림없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