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 여행 ⑤]호수 위에 내려앉다, 트라카이

입력 2015-10-27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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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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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하늘을 뒤로 하고 초록의 나무와 빨강색 지붕을 이고 있는 트라카이성城. 이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색들은 호수로 내려와 그 물결 위에서 겨우 하나로 만난다. 빌뉴스로 천도되기 전 리투아니아의 수도가 있었던 곳, 트라카이. 그런 역사적인 사실과는 별도로 트라카이성의 모습은 그저 완벽하다.

국토의 4분의 1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2,800개가 넘는 호수가 있다고 하는 리투아니아. 그 중에서도 트라카이성은 빌뉴스 아니, 리투아니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녀가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이며 리투아니아가 자신의 나라를 소개할 때 항상 제일 먼저 내세우는 풍경이다. 트라카이성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라고 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좋아야 했다. 새벽 네 시부터 꿈틀거리던 아침 해. 트라카이로 가는 나를 위해서 리투아니아가 열어준 하늘이다. 터미널로 가서 트라카이 마을로 가는 로컬버스를 타고 40분 남짓한 시간에 도착. 특별한 지도는 없지만 사람들이 내려 걸어가고 있는 방향을 따라 걸어간다. 길을 건너자마자 오른 편에 호수가 보이는 숲길이 보이고 그곳으로 방향을 잡는다. 조금은 돌아서 갈수도 있지만 나무숲과 호수 그리고 마지막 종착점이 트라카이 성이라면 이런 길은 일부러라도 찾아야 한다. 갈베 호수 주변에는 몇몇의 연인들과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가족들만이 보인다. 트라카이 마을 주변으로 공장 시설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고 또 호수의 물이 지하수에서 나오는 이유 탓인지 물은 맑은 것을 넘어 투명하다. 호숫가를 따라 이십 여분, 트라카이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붉은색 벽돌에 빨간 모자를 쓴 것 같은 그것은 동화 속에 나오는 왕의 익살스런 환영 인사처럼도 보이고 파란 하늘과 호수가 빚어낸 장난감처럼도 보인다. 사람들은 성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를 건너기 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트라카이성을 비슷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단 한 장면으로 어떤 위로를 받는 듯하다. 물론 나도 같은 모습이다.

성으로 연결되는 나무다리를 건너 성으로 들어가 보았다. 14세기에 만들어진 이 트라카이성은 수 세기에 걸쳐 전쟁에 의해 파괴 되었다가 195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성은 많이 크지도 또 그리 높지도 않지만 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품과 자태가 비록 그것이 어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충분히 느껴진다. 때론, 어떤 것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와 무게감은 사실 세월이나 역사가 지니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트라카이 성은 빌뉴스로 천도가 된 이후로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걸어 사람들에게 잊혀 졌다가 60여 년 전 성 주변에서 중세의 유물들이 발굴되는 바람에 다시 역사 속으로 들어왔다. 성 내부의 박물관에는 당시의 갖가지 공예품들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성의 외부를 보는 것이 역시 트라카이 여행의 핵심이지만 성내부의 콜렉션도 알차다. 성을 나와 조금 더 호숫가를 돌아본다. 트라카이성은 내내 같은 자리에 있고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트라카이성 뒤로 어느 날은 보름달이 지나가겠지 그리고 추운 겨울엔 이 호수에 얼음이 얼겠지. 파란 하늘을 대신할 둥근 노란 달 그리고 파란 호수를 대신할 하얀 얼음의 세계. 그 속에 조용히 내려앉은 트라카이성. 얼마나 아름다울까, 라며 나는 혼잣말을 되뇌어본다.

나오는 길, 트라카이 마을을 통했다. 밝은 색감의 목조 건물들은 이 트라카이라는 호숫가 마을과 아주 잘 맞았다. 트라카이 마을은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폴란드 사람들 그리고 러시아인들과 유대인, 타타르인들이 각자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산다고 한 탓인지 조심스럽고 차분해 보인다. 빌뉴스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번 발트 여행은 마치 트라카이 마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토니아인들과 라트비아인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과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수많은 침략과 전쟁을 치렀음에도 차분하고 고풍스럽게 마치 트라카이 마을처럼 각자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며 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타인과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인간들의 숙제를 발트는 이렇게 유연하게 풀어내고 있다.

음식
쩨펠리나이
리투아니아는 농업국가인 탓에 겉모습이 화려한 외향보다는 소박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으깬 후 다진 감자 속에 고기를 넣어 쪄낸 음식인 쩨펠리나이는 단순하게 생긴 외양과는 달리 만드는 방법이 꽤 까다롭다고 한다. 걸쭉한 감자 전분 크림소스에 찍어 먹는다.

키비나이
트라카이 지역의 전통음식인 키비나이는 밀가루 빵 속에 각종 고기를 넣어 찐 일종의 만두 같은 음식이다. 크기가 커서 두 개면 충분한 양이다. 트라카이 갈베 호수 주변 대부분의 식당에서 키비나이를 판다. 양고기 수프와 함께 즐기면 더욱 좋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발트 3국 공통 팁>

환전
3국 공히 유로를 쓴다. 현지 환전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많은 숙소와 식당에서 카드를 받으므로 카드와 현금을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언어
발트 3국의 언어는 모두 다르며 인접국이지만 특히 에스토니아의 언어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언어와는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다르다. 영어가 잘 통하지만 러시아어를 할 수 있다면 라트비아에서는 좀 더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다.

전압
한국과 같다. 220v 동일.

발트 내의 국경 넘기
버스로 국경을 넘을 때는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 개인별 이동시 불시에 검문이 있을 수 있다.

버스 이동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서로 이웃하고 있으며 나라 자체가 크지 않아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리가까지는 다섯 시간, 다시 빌뉴스까지는 대략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 버스티켓은 각 나라의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국가 간의 이동 티켓은 일반 창구에서 팔지 않고 룩스나 에코라인 같은 개인 버스 회사의 별도 부스에서 판매한다. 버스표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과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하며 버스 탑승 전 여권 검사를 하기 때문에 여권 지참은 필수. 버스 내부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다.
에코라인 http://ecolines.net/en/
룩스 http://www.luxexpress.eu/en

기차 이동
전 유럽을 커버하는 유레일패스는 불행하게도 발트 국가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그 등에서 기차로 입국이 가능하나, 라트비아의 경우 벨로루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벨로루시 비자가 따로 필요하다. 기차로의 입국은 비 추천.

선박 이동
핀란드에서 에스토니아로 오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수도 많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돌아가는 배편은 생필품과 맥주 등의 주류를 사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치안
표현을 잘 하는 민족은 아니지만 러시아나 폴란드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라 치안 문제는 다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 시간의 도심 활보는 주의할 것.

인터넷
발트의 인터넷 사정은 꽤 좋다. 전 세계적인 인터넷전화로 유명한 스카이프를 처음 발명한 곳도 에스토니아이다. 숙소와 레스토랑, 터미널 등지에서 쉽게 와이파이에 연결된다.

비자
발트 3국 모두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90일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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