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가을 정취 속으로 한걸음 쑥~, 평창 나들이

입력 2024-09-03 15: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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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핀 코스모스가 성큼 다가온 가을 정감을 느끼게 하는  평창 ‘효석 달빛언덕’의 나귀광장.  이효석을 주제로 한 문학 테마 관광지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일찍 핀 코스모스가 성큼 다가온 가을 정감을 느끼게 하는 평창 ‘효석 달빛언덕’의 나귀광장. 이효석을 주제로 한 문학 테마 관광지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언제부터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완연히 달라진 공기가 피부로 느껴진다. 지겨울 정도로 길었던 무더위가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정말 시나브로 가을의 문턱에 서 있다. 예년보다 늦게, 그리고 더디게 다가온 가을 정취를 조금 더 빨리 느끼고 싶다면 지금 평창이 딱이다. 청옥산의 너른 능선을 타고 내리는 시원한 바람이 기다리고 있고, 가을 서정의 극치라는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문학제가 마침 9월 초에 열린다. 구수한 메밀전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고, 하얀 메밀꽃밭을 마냥 거닐거나, 청옥산 밤하늘에 흐트러진 별무리를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가 주는 즐거움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이효석문학관의 야외에 조성한 문학정원.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이효석의 동상과 관리가 잘 된 잔디밭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평창 방문 인증샷 장소로 인기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효석문학관의 야외에 조성한 문학정원.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이효석의 동상과 관리가 잘 된 잔디밭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평창 방문 인증샷 장소로 인기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소슬한 가을바람 불 때, 이효석 100배 즐기기
2002년 문을 연 이효석 문학관은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한 작품 일대기와 육필원고 유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큰 시설은 아니지만 꽤 아기자기하게 공간을 구성했다.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는 이효석 문학전시실,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이 있다. 이곳의 매력은 야외 문학정원이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이효석의 동상이 아담한 잔디밭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여행 인증샷을 찍기 좋은 포인트다.
이효석 문학관에 있는  ‘메밀 꽃 필 무렵’을 소재로 한 디오라마. 나귀에 짐을 싣고 장으로 가는 허생원 일행을 표현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효석 문학관에 있는 ‘메밀 꽃 필 무렵’을 소재로 한 디오라마. 나귀에 짐을 싣고 장으로 가는 허생원 일행을 표현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문학관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효석 달빛언덕’은 이효석을 주제로 한 문학 테마 관광지이다. 카페 겸 책 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이효석문학체험관, 나귀광장&수공간, 테마형 경관, 효석광장 등으로 이뤄졌다.
‘효석 달빛언덕’에 재현한 이효석의 평양집. 고증을 꽤 충실하게 거친 집안의 모습과 레트로한 내부 집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맞물려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것 같은 낭만을 느끼게 한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효석 달빛언덕’에 재현한 이효석의 평양집. 고증을 꽤 충실하게 거친 집안의 모습과 레트로한 내부 집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맞물려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것 같은 낭만을 느끼게 한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근대문학체험관은 1920~1930년대 이효석이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낸 체험 공간이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활용했고, 공간 구성이 은근 재미있어 지루하지 않다. 체험관을 돌아보다 한쪽 벽에 숨겨진 입구를 통해 만나는 꿈꾸는 정원과 창밖의 달 모형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효석의 생가터, 그가 평양에서 살 때 머물던 집도 재현해 내부를 돌아볼 수 있다.
그외 ‘효석 달빛언덕’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달빛나귀 전망대 등 화려하진 않지만 주변 풍광과 어울리는 시설들이 꽤 아기자기해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 분위기를 즐기기 좋다.
이효석 문학 테마 관광지인 ‘효석 달빛언덕’의 나귀광장.   ‘메밀 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소설의 상징적인 테마로 깊은 인상을 준 나귀의 대형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효석 문학 테마 관광지인 ‘효석 달빛언덕’의 나귀광장. ‘메밀 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소설의 상징적인 테마로 깊은 인상을 준 나귀의 대형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효석 문학의 숲은 숲속 데크길을 산책하면서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만나는 곳이다. 숲속으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소설 속 장터, 충주집, 물레방아 등이 등장한다. 제법 그럴듯하게 소설 속의 상황들을 재현해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거닐면 좋다. 다만 물레방아 쪽은 아이들과 함께 가면 상황을 설명하는데 조금 난감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효석 문학의 숲은 최근 강원도로부터 5번째 산림욕장으로 지정받았다.
‘이효석 문학의 숲’을 산책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메밀꽃 필 무렵’ 속 장면들. 허생원이 충주집에서 동이와 처음 만나는 상황을 재현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효석 문학의 숲’을 산책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메밀꽃 필 무렵’ 속 장면들. 허생원이 충주집에서 동이와 처음 만나는 상황을 재현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가을을 맞는 축제, 효석문화제와 백일홍축제
평창에서는 가을을 맞이하는 축제로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6일부터 15일까지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진행한다. 문학마당, 전통마당, 자연마당으로 나누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축제의 핵심은 메밀꽃밭 거닐기다.
넓은 벌판을 가득 채운 하얀 메밀꽃 군락이 장관이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소설 속 귀절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산책길을 따라 꽃밭을 걸어도 좋고, 소설 속 허생원처럼 나귀를 타는 체험도 가능하다. 그외 포토존과 메밀꽃 열차 등이 있다.
지난해 열린 ‘평창효석문화제’에서 소설 속 장면을 메밀꽃밭에서 재현하고 있다. 올해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지난해 열린 ‘평창효석문화제’에서 소설 속 장면을 메밀꽃밭에서 재현하고 있다. 올해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평창효석문화제’와 함께 가을 행사로 인기 높은 것이 ‘백일홍축제’다. 평창강 주변에 백일홍 1000만여 송이를 식재해 축제 개막을 맞춰 만개한다. 청초한 느낌의 하얀 메밀꽃밭과는 또 다른 우아한 자태가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가을 느낌을 더해준다.
올해는 13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형형색색의 백일홍과 코스모스, 해바라기, 넝쿨식물, 대왕참나무숲길 등을 조성해 운영한다. 다양한 포토존과 풍선아트등 꽃밭을 즐기는 콘텐츠부터 깜짝노래자랑, 댄스, 퀴즈, 게임 등 지역 축제에서 만나는 흥겨운 이벤트들이 있다.
메밀꽃과 함께 평창의 가을을 상징하는 백일홍을 주제의계절 축제 ‘평창백일홍축제’. 올해 평창강 주변에서백일홍 1000여만 송이가 만개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메밀꽃과 함께 평창의 가을을 상징하는 백일홍을 주제의계절 축제 ‘평창백일홍축제’. 올해 평창강 주변에서백일홍 1000여만 송이가 만개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노을과 별빛감상 차크닉 ‘성지’, 청옥산 육백마지기
미탄면에 위치한 청옥산은 해발 1255.7m로 제법 높이가 높은 산이다. 이곳은 다른 산과는 달리 정상 부근에 무척 넓은 평탄한 지형이 펼쳐져 있다. 대략 축구장 여섯 개 정도를 합친 정도의 넓은 고원이다. 그래서 이 일대를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란 의미로 ‘육백마지기’라고 부른다.
해발 1200m가 넘는 평창 미탄면 청옥산 정상 일대에 펼쳐진 고원 육배마지기. 축구장 여섯 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넓은 지역으로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기가 자리해 장관을 이룬다.  구름이 산자락을 넘으면서  날씨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뀔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해발 1200m가 넘는 평창 미탄면 청옥산 정상 일대에 펼쳐진 고원 육배마지기. 축구장 여섯 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넓은 지역으로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기가 자리해 장관을 이룬다. 구름이 산자락을 넘으면서 날씨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뀔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이 펼쳐져 있고, 몇년 전부터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마치 거인처럼 능선에 우뚝 서 장관을 이룬다. 꽤 높은 고원지대이지만 도로가 정상까지 연결되어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요즘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노을이나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에게 ‘성지’로 꼽힐 정도로 인기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일명 ‘차크닉’이나 ‘차박’을 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동양화의 부드러운 붓질을 연상케 하는 굽이친 산자락과 탁 트인 하늘 위로 발그레 물드는 노을과 빛공해 걱정없이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들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단, 안전과 자연 보호를 위해 이곳서 취사는 절대 금지다.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명품 노을.  육백마지기는 고원지대의 탁 트인 하늘 위로 펼쳐지는 노을과 밤하을의 화려한 별빛 잔치로 인해 ‘차크닉’과 ‘차박’ 애호가들에게 꼭 방문할 ‘성지’로 꼽힌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명품 노을. 육백마지기는 고원지대의 탁 트인 하늘 위로 펼쳐지는 노을과 밤하을의 화려한 별빛 잔치로 인해 ‘차크닉’과 ‘차박’ 애호가들에게 꼭 방문할 ‘성지’로 꼽힌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육백마지기로 오르는 길 근처에는 자작나무 숲도 있다. 면적이 넓은 건 아니지만 잡목 하나 없이 오롯이 자작나무로만 이루어졌다. 하얀 나무의 줄기와 초록 잎이 어우러져 북유럽 어느 나라에 온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전해준다. 육백마지기를 가는 길이나 내려갈 때 차를 잠시 세우고 이국적인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봉평면의 메밀요리 전문점 미가연의 메밀 전병. 아삭아삭 씹히는 속재료와 메밀 특유의 향기가 어우러져 미각을 돋군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봉평면의 메밀요리 전문점 미가연의 메밀 전병. 아삭아삭 씹히는 속재료와 메밀 특유의 향기가 어우러져 미각을 돋군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입안에 풍미 가득, 평창의 메밀요리
메밀의 본고장답게 평창은 거의 ‘한 집 건너 메밀 전문점’라고 할 정도로 메밀 전문 음식점들이 많다.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대부분 어느 집을 가도 실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맛이 꽤 평준화 되어 있다.
그래도 저마다 만만치 않은 업력과 음식 내공을 내세우는만큼 같은 메밀 막국수, 메밀전, 메밀전병이라고 해도 가게마다 미묘하게 지향하는 맛이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메밀의 구수함과 은은한 향기, 그러면서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기분 좋은 슴슴함으로 여행자의 미각을 행복하게 해준다.
봉평면 메밀요리 전문점 미가연의 메밀 막국수. 워낙 많은 메밀전문점들이 있다 보니 메뉴 개발이나, 맛, 음식의 담음새(플레이팅)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봉평면 메밀요리 전문점 미가연의 메밀 막국수. 워낙 많은 메밀전문점들이 있다 보니 메뉴 개발이나, 맛, 음식의 담음새(플레이팅)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KTX 타고 당일여행도
코레일관광개발은 ‘평창효석문화제’ 기간 동안 ‘인더숲 BTS’편의 평창 촬영지를 연계한 KTX 원데이 투어 관광상품을 운영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평창효석문화제’ 행사장을 방문하고 곤드레밥 등의 지역 먹거리를 즐긴 뒤 ‘인더숲 BTS’편 촬영지를 방문하는 일정이다. 당일 여행 상품으로 12일까지 매주 월, 목, 금, 토, 일에 출발한다. 기존 상품보다 30% 할인하며 예약은 코레일관광개발 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다.
축제가 열리기 전에 KTX 원데이 투어 상품을 이용할 경우, 축제가 열리는 곳에 조성한 ‘메밀꽃 포토존’을 방문한다.
사진제공|코레일관광개발

사진제공|코레일관광개발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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