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 요천 변에 자리한 청룡가의 더덕장어구이. 부드러운 양념맛이 특징인데 요천 변에는 청룡가를 포함해 수십년 업력을 자랑하는 더덕장어구이 전문점들이 모여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지만 ‘유서깊은 미식의 고장’이란 타이틀은 달리 보면 옛부터 내려오는 방식과 맛만 고집하는 ‘정체된 식문화’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새로움과 다양한 변주를 선호하는 ‘젠지세대’, ‘잘파세대’ 여행객에게 그런 고답적인 인상은 그리 매력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다행히 최근 남도의 식문화에도 다양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시대의 감성을 반영해 지역 고유의 미식에 과감한 시도와 변화를 꾀하는 곳이 적지 않다. 또 그런 변화를 그 고장 출신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아직 나무에 초록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대기 속으로 시나브로 봄의 정취가 살포시 느껴지던 2월 말 남원에서 변화하는 ‘남도 미각’의 모습을 만났다.

남원의 샤퀴테리 전문 업장 ‘더 찹샵’의 박자원 대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원료 흑돼지 사육부터 발효, 가공까지 모두 직접하는 샤퀴테리아로 수입산 못지 않는 풍미의 하몽이나 잠봉, 살라미 등을 맛볼 수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울서 KTX를 타면 2시간 남짓 걸리는 남원은 요즘 자유여행객(FIT) 들에게 미식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남원은 요천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지대여서 물산이 풍부하다.그래서 남원 미식의 토대는 흑돼지, 미꾸라지, 파프리카, 갖은 나물 등 이 고장서 난 식재료에 기반을 둔다. 남원추어탕 , 지리산흑돼지 , 산채비빔밥, 추어정식, 남원한정식, 오징어볶음, 더덕장어구이 , 남원막걸리 등을 묶어 ‘남원 8미’라고 부른다.

유리 진열장 안에서 숙성중인 각종 샤퀴테리가 눈길을 끄는 ‘더 찹샵’의 매장 내부. 넓지는 않지만 스페인이나 프랑스 지방의 오랜 향토 샤퀴테리아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산뜻한 스페인 와인 한 잔과 함께 맛을 본 ‘더 찹샵’의 샤퀴테리들. 왼쪽의 분홍빛 육질이 잠봉이고, 위의 동그란 것은 살라미, 그 아래는 하몽이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더 찹샵’은 2대에 걸쳐 운영하는 곳으로 국내서는 유일하게 해발 500m 고원에서 직접 사육하는 흑돼지 농장의 고기를 사용해 발효와 가공을 하는 샤퀴테리아다. 육종전문가 박화춘 농학 박사가 20여년 전 남원으로 귀향해 흑돼지 버크셔-K를 개량해 육성한 것이 시초다. 현재 아들 박자연, 박정원 형제가 운영을 맡고 있다. 동생 박정원 씨가 농장을 맡고 형인 박자연 대표가 가공을 책임진다.
오랜 가공 시간이 걸리는 넓적다리 하몽을 비롯해 잠봉, 살라미, 초리조, 소시송 등 부위 별로 다양한 샤퀴테리를 만든다. 제품 구입 외에 소시지나 살라미 제조 체험도 할 수 있다.

식정동 더덕장어구이 거리의 터줏대감격인 청룡가의 더덕장어구이. 고추장을 베이스로 하는 소스의 장어를 돌판에 볶듯 굽고 그 위에 생 더덕을 한가득 썰어 덮어준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요천 변 식정동 더덕장어구이 거리 청룡가의 민물고기 매운탕. 깻가루와 된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우거지와 시래기를 듬뿍 집어넣어 메기와 빠가사리를 넣어 시원하게 끓여낸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원래 천변에서 잡은 민물고기 매운탕을 하던 집들이어서 더덕장어구이에 메기와 빠가사리 매운탕을 곁들이는 것이 거의 ‘국룰’이다. 이것도 가게마다 특색이 있다. 청룡가의 경우 깻가루와 된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우거지와 시래기를 듬뿍 집어넣어 시원하게 끓여낸다.

남원 하주로 ‘카페 노슈가’의 빵들. 업장에서 직접 빵을 만드는데 카페 이름처럼 설탕을 쓰지 않고 속 편하고 건강한 맛을 강조한 쌀스틱빵과 현미초콜릿빵, 소금빵, 마들렌, 쌀식빵 등이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하주로의 ‘카페 노슈가’는 낡은 농협창고 건물을 현대식으로 리뉴얼한 베이커리 카페다. 2023년 행정안전부 농촌 살리기 공모사업에 당선된 곳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샤퀴테리아 ‘더 찹샵’의 하몽(왼쪽)과 잠봉. 남원시는 이곳의 잠봄 햄을 활용한 잠봉뵈르 샌드위치 등 지역 신구 미식을 테마로 한 미식여행 상품 ‘트레인스토랑’을 4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의 먹거리를 차내와 시내에서 즐기는 미식 여행 상품이다. 열차가 남원으로 출발하는 아침에는 ‘노 슈가’의 쌀스틱 빵에 ‘더 찹샵’의 잠봉 햄과 오믈렛을 넣고 남원산 파프리카를 사용한 잠봉뵈르 샌드위치와 요거트, 디저트 등 구성한 조식을 제공한다.
점심은 관광 일정과 함께 남원 현지 식당에서 즐기고, 저녁에는 서울로 열차에서 더덕 장어구이를 덮밥으로 해석한 남원 강산 도시락과 산나물과 들기름을 조합한 산채로 김밥을 제공한다.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미국 CIA 출신 셰프가 모든 레시피를 기획했다고 한다

남원 죽항동 황토식당의 추어탕. 오랜 세월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이 추어탕인데, 남원에서는 미꾸리를 갈아 된장을 풀고 들깨가루를 넣은 육수에 시래기를 듬뿍 넣고 끓여낸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오랜 세월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은 추어탕이다. 미꾸리를 갈아 된장을 풀고 들깨가루를 넣은 육수에 시래기를 듬뿍 넣고 끓여내는 것이 남원식이다. 남원 도심을 가로 지르는 요천 변에 커다란 미꾸라지 캐릭터를 세워놓은 추어탕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니더라도 시내 곳곳에서 추어탕 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죽항동 황토식당은 남원시민들이 사랑하는 향토 맛집이다. 국물이 진하지만 시래기를 가득 넣어 뻑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점심 때는 워낙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뤄 포장해 가는 사람도 많다.

다양한 부위별로 나온 남원 쌍교동 흑돼지 맛집 거리 ‘소문난 오돌뼈’의 흑돼지 모둠. 이곳에선 독특한 식감의 양념오돌갈비와 쫄깃한 비계 맛이 특징인 덜미살 등 다양한 부위를 만날 수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남원 ‘소문난 오돌뼈’의 흑돼지 덜미살. 씹는 맛과 진한 풍미가 좋아 알고 찾는 손님이 많은 인기 부위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맑은 뜰’의 다슬기 해장국. 국내산 다슬기를 듬뿍 넣은 된장 육수에 아욱과 청양고추로 구수함과 칼칼한 맛을 더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광한루원의 오작교와 광한루를 찾은 관광객들. 다리 위에서 광한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남원 여행의 대표 인증샷이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 코스인 광한루원은 조선 전기에 조성된 광한루의 정원으로 명승 제33호다. 춘향과 이몽룡의 만남이 이루어진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통칭하여 광한루원이라고 한다.

광한루는 연지 너머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예쁘다. 광한루는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꼽힌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광한루원 연못 연지에 있는 원앙 무리에게 먹이를 주는 방문객. 원앙이 부부의 금슬을 상징해 광한루원의 연못에는 원앙떼가 많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인 서도역. 2002년 전라선 기차역이 옮겨 가면서 철도역으로서의 기능은 없어지고 관광지겸 각종 영상 촬영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이기도 한 서도역은 역사 앞의 철길과 아담한 규모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정감있는 풍경을 연출해 사진찍기 좋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교룡산성 동문의 홍예와 옹성. 해발 518m인 교룡산을 에워싼 둘레 3.1km의 석성으로 남원 지역 20여개 산성 중 형태를 사장 잘 보존하고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교룡산성 내에 자리한 아담한 사찰 선국사. 신라 시대 사찰로 긴 세월의 자취가 남아있는 기둥과 대들보, 빛바랜 단청이 고즈넉한 느낌을 자아낸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교룡산성 내 선국사의 대웅전. 아담한 규모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잘 보존해 와 고색창연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 수지면의 고택 몽심재. 조선 후기 전북 지방 상류 가정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를 잘 보전하고 있다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남원|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