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하는 등 한때 가슴앓이가 심했던 롯데 박준서. 긍정적 마음과 아내의 조언으로 다시 일어선 그는 5월 이후 줄곧 1군에 머물며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아내에 “야구 그만둘까” 털어놨더니
“딱 1년만…2군에서라도 즐겁게 해봐”
맘먹고 하다보니 어느덧 1군 에이스
“아들에 자랑스러운 아빠로 남을 것”
“나 너무 힘들다. 야구 그만 할래.” 툭 던진 한 마디에 아내가 깜짝 놀랐다. 2011년 12월. 결혼 기념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일이다. 1군 벤치와 2군을 오간 게 벌써 4년째. 후배들은 계속 치고 올라오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고민하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딱 1년만 후회 없이 힘을 쏟아봐. 1군 생각하지 말고 2군에서라도 즐겁게 하라는 뜻이야. 그 후에도 같은 생각이면 다시는 말 안 할게.”
롯데 박준서(31)는 “4년간 연봉이 꾸준히 깎여도 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내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데뷔 후 처음 전지훈련에서도 제외됐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얘기를 꺼내봤지만, 아내의 답은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는 곧 아내의 말과 똑같은 얘기를 다른 이에게 들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2군 훈련에 합류했는데, 윤학길 감독님께서 ‘저 위는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재미있게 해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내가 너무 1군에 집착해서 야구의 재미 자체를 잊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리고 모든 게 변했다. 2군의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보니 어느새 4번타자가 돼 있었다. 팀이 연패에 빠졌던 5월 중순, 1군의 부름을 받자마자 펄펄 날면서 ‘구원군’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스스로도 “그 정도 하고 끝날 줄 알았다”고 떠올리는 깜짝 활약.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후 한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박준서는 “지치면 누군가 잘 해서 내가 벤치에서 쉬고, 또 누군가 힘들어하면 다시 내게 기회가 오고…. 운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은퇴까지 결심했던 30대 초반의 야구선수는 이제 새로운 목표를 품었다. 아들 우진(4)이가 야구하는 아빠의 모습을 기억에 남길 수 있을 때까지 그라운드를 지키고 싶다는 희망이다. “우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빠가 롯데 선수라고 하니 선생님들 시선이 달라지는 거예요. 원장님이 직접 마중도 나오시고요. 이제 우리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야구선수 아빠’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있다. “양가 부모님과 가족, 주위에 도와주셨던 분들이 오랜만에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사실 가장 기쁜 일이죠. 계속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네요.”
사직|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