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오른쪽)과 프로야구 LG 김기태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오랜 기간 호형호제하며 지내온 절친한 사이다.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두 감독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난 일반 선수…슈퍼스타는 허재 형이었지
연패? 17점 리드 뒤집힐 땐 사표 쓸까 고민
요즘 선수들 놀 궁리만…너도 우승해야지
김기태 감독
허 감독님도 형 패스 받아 슛 쏜 거잖아요
난 투수 대타 기용 사건으로 욕 한 바가지
후반기엔 피치 올리셔야죠? 난 LG 응원
‘Baseball&Basketball 절친토크’. 이번에는 오랜 기간 우정을 키워 온 감독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47)과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44)은 선수 시절 맺은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지도자로서의 동병상련을 나누고 있다.
김기태(이하 김)=(악수 하면서)동희 형, 잘 지내셨습니까.
강동희(이하 강)=이야. 넌 진짜 감독 분위기가 난다.
김=에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6위랑 1.5게임차(1월 14일 기준) 나던데요?
강=하위 팀 성적이 비슷해서 나도 헷갈리는데 넌 어떻게 다 알고 있냐.
김=동희 형 본다고 해서 농구 순위 한 번 확인하고 왔죠.
기자=종목도 전혀 다르고 학연도 없으실 텐데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형하고는 알게 된 게 엄청 오래됐죠. 2000년대 초였나요?
강=더 됐지. 아마 98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김=그때가 맞는 것 같네요. 아는 형님이 있었는데 그 분 모임 자리에 갔다가 동희 형을 처음 봤죠. 형은 그때 슈퍼스타였잖아요.
강=아이 또 왜 그래. 나는 그냥 일반적인 선수였지. 슈퍼스타는 허재 형이었지.
김=형이 있었으니깐 허재 감독님이 패스를 받아 슛을 쏜 거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허 감독님하고는 한 번도 같이 자리해본 적이 없네요.
강=한 번 같이 보자고. 허재 형, 너 엄청 좋아할 거다. 스타일이 비슷해.
김=아따, 그럼 허 감독님 엄청 멋있으신가 봐요.(일동 웃음)
기자=두 분은 자주 보시는 편인가요?
강=선수 때는 곧잘 봤죠. 가족동반해서 같이 만나고 그러죠.
김=감독하면서 예전보다는 자주 못 보는데 그래도 1년에 2∼3번은 꼭 보는 것 같네요. (강 감독에게 술잔을 따르면서)그런데 술 따르는 사진 나가고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네.
강=괜찮아. 나, 허재 형이랑 취중토크 엄청 해서 술 먹는 사진 많이 나갔다.
기자=강 강독님 소개로 KT 전창진 감독님과도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김=형 덕분에 농구장에서 한 번 뵀었죠. 저 감독 취임했을 때 축전을 보내주셨어요. 저도 KT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에 고생하셨다고 연락드렸죠.
강=창진이 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사소한 것을 다 챙기니깐 따르는 사람이 많아. 나는 너(김 감독) 감독 됐을 때 연락도 못했는데.
기자=강 감독님은 작년 5월쯤에 야구장도 다녀오셨죠?
강=기태가 표를 구해줘서 애들 데리고 갔어요. 야구공이랑, 글러브까지 다 챙겨줬어요. 애들이 9살, 7살인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또 야구장 가자고 그렇게 졸라요.
김=동희 형은 테이블석 안 앉고 응원이 좋다고 굳이 일반석에 가서 보시더라고요.
기자=김 감독님이 농구장 가신 적은 없나요?
김=있죠. LG 감독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두세 번 정도 갔어요. LG 감독되고 동희 형한테 ‘이제 동부 응원 못갑니다’라고 했어요. 아직 LG 세이커스 경기 한 번 못가서 김진 감독님 서운해 하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김 감독님 뵈러 한 번 가야하는데….
기자=두 분 모두 심한 우여곡절을 겪으셨어요.
강=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할 때는 성적이 좋으니깐 카리스마 있고 선수 장악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 시즌 성적이 안 좋으니 선수가 태업을 하고 있느니, 선수와 사이가 멀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3년간 선수들과 교감이 잘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오히려 외부에서 흔들어 대는 게 힘들었죠.
김=에이 형님, 뭐 그 정도로 그러세요. 저 그 사건(2012년 9월 12일 잠실 SK전 투수 대타기용) 때문에 욕 엄청 먹은 거 아시죠?
강=알지. 너 힘들었겠더라.
김=다른 핑계 대고 피해갈 수도 있었겠지만 정직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잘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제 소신껏 행동했고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아요.
기자=연패 할 때도 스트레스가 굉장했을 것 같은데요?
강=연승할 때는 누구랑 붙어도 다 이길 것 같은데 연패할 때는 또 다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다그친다고 될 일도 아니고…. KCC랑 4라운드 때 17점 리드가 뒤집히는데 그 때 ‘역전패 당하면 사표를 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김=(강 감독 손을 잡으며) 아이고,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선수 때 경험을 돌아봤을 때 연패해서 분위기가 무거워지면 감독 못지않게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덕아웃에서 노래방 한 거 기억하시죠? 기분 전환해야겠다 싶어서 하게 된 것인데 다행히 그 다음에 2연승을 했어요.
기자=스트레스도 많지만 프로 감독이라는 매력도 있을 것 같아요.
강=저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됐어요.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선수들이 성장하거나 다른 팀에서 빛을 못 보던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잘하면 성취감을 느껴요. 시련을 딛고 올라설 때의 그 성취감이 매력이죠. 재미있어요. 올 시즌 힘든 과정을 겪고 있지만 제 감독 인생에 큰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김=대장이잖아요. 하하. 기자 분들도 나중에 국장 자리 한 번 올라보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기자=두 분 스타 출신 감독이신데 요즘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예전 인터뷰를 통해서 아쉬움들을 표현하신 적도 있으셨잖아요.
강=아쉽죠. 최고가 되어야겠는 욕심이 있어야 해요. 요즘 선수들은 어느 중간 단계까지만 가면 놀기 시작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체되는 이유죠. 농구는 기술이 정말 많거든요. 개발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예를 들어 100이 있다고 하면 5만 하고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김=연봉이 5000만원인 선수가 5억짜리 선수를 쫓아가려면 그 차이만큼 노력을 해야 해요. 연봉 5억인 선수가 공을 100개 쳤는데 5000만원인 선수도 똑같이 100개를 치면 둘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걸 깨우치면 계란이 병아리가 되는 것이고, 남이 깨주면 계란프라이밖에 안 됩니다. 요즘 선수들은 자신이 프로선수로서 누릴 권리를 강조하지만 먼저 자기의 의무를 다한 다음에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강=분해서 울어봐야 돼. 죽도록 연습하는데도 안되는 게 억울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그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서 스스로를 이겨나가는 거지.
김=형님, 저 깜짝 놀랐네요. 제가 써 놓은 메모에 형이 한 이야기가 있어요. 스스로 연습하는 동안에는 악에 받쳐서 욕을 해도 돼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신들은 인간이 견뎌낼 수 있을 만큼만 시련을 준다고요.
강=자, 이제 일어날까? 나 원주 가야 해.
김=형님, 이제 후반기에 피치 올리셔야죠?
강=그럴까?
김=형님, LG랑 경쟁하면 저는 동부 응원안하고 LG 응원할겁니다.
강=그럼. 그게 맞아. 너도 우승해야지?
김=하하. 저는 말 안하겠습니다.
강동희 감독은?
▲생년월일=1966년 12월 20일
▲출신교=송도고∼중앙대
▲경력=1997∼2001년 울산 모비스, 2002∼2004년 창원 LG, 2004∼2005년 창원 LG 코치, 2005∼2009년 원주 동부 코치, 2009년∼현재 원주 동부 감독
▲통산기록=8시즌 336경기, 3738점, 938리바운드, 2201어시스트, 570스틸, 트리플더블 3회
▲수상경력=1997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 1997∼1998시즌 올스타 MVP, 1997∼2003년 베스트5, 2011∼2012시즌 프로농구 감독상
김기태 감독은?
▲생년월일=1969년 5월 23일
▲출신교=광주일고∼인하대
▲경력=1991∼1998년 쌍방울 레이더스, 1999∼2001년 삼성 라이온즈, 2001∼2005년 SK 와이번스, 2006∼2007년 SK 와이번스 코치, 2007∼200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 코치, 2009∼2011년 LG트윈스 2군 감독, 2011년 LG 트윈스 수석코치, 2012년∼현재 LG트윈스 감독
▲통산기록=15시즌 1544경기, 타율 0.294, 1465안타, 249홈런, 923타점
▲수상경력=1992, 1993, 2004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