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 동아일보DB
비극의 밸런타인데이였다. 지구촌에 꿈과 희망을 안겼던 ‘블레이드 러너’가 일순간에 살인피의자가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은 14일(한국시간)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사진)를 살인혐의로 입건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자택에서 9mm 권총으로 여자친구 리바 스틴캠프(30)에게 총격을 가했고, 스틴캠프는 머리와 가슴, 팔 등 4곳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사건 직후 일부 외신은 “피스토리우스가 밸런타인데이 깜짝 파티를 준비한 여자친구를 강도로 오인해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이를 부인한 뒤 “이전부터 피스토리우의 집에서 가정문제로 추정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틴캠프는 2005년 ‘미스 포트 엘리자베스’ 대회에서 입상한 모델이다.
사건 당시의 현지시간은 새벽 3∼4시경. 경찰은 이웃들로부터 “싸우는 듯한 소리와 비명, 총성이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피스토리우스를 체포했다. 이웃들은 “3발의 총성이 울린 뒤, 10분 후 다시 3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인 사격이 아니라, 우발적 또는 계획적 살인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외신들은 피스토리우스의 복잡한 이성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유명세를 탄 뒤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다. 현지 경찰은 피스토리우스가 법원에 출석할 때, 그의 보석을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스토리우스는 두 다리 절단의 시련을 극복하고, 2012년 런던대회에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비장애인 선수와 대결한 장애인 육상선수다. 칼날같이 생긴 탄소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착용하고 트랙을 달려 ‘블레이드 러너’란 별명을 얻었다. 2008베이징장애인올림픽 남자 100·200·400m 3관왕에 올랐고,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600m계주에선 비장애인선수들과 겨뤄 은메달을 차지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