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2013년 한국축구 명암] 홍명보 감독, 독이 든 성배 축배로 만들 적임자!

입력 2013-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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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월드컵 때 주장으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또 한 번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스포츠동아DB

7.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런던올림픽 동메달·러시아 리그 연수
최고의 자리에서 모험을 선택한 뚝심
대표팀 수장, 고민 끝에 2년 단기계약
득점 부재·좌우 풀백 고민 등 문제해결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에게 2013년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2002한일월드컵 때 대표팀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대표팀 사령탑으로 또 한 번 월드컵을 노크한다. 그 무대는 바로 내년 브라질월드컵이다.


● 정상에서 모험을 택하다

홍 감독은 작년 여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지도자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올 초 러시아 프로축구 안지 마하치칼라로 훌쩍 연수를 떠났다. 그 배경이 흥미롭다. 지금까지 공부를 하기 위해 유럽 구단을 다녀온 국내 지도자는 숱하다. 하지만 직접 클럽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극히 드물다. 유럽 클럽들이 한국 지도자들에게 속살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수박 겉핥기식 연수를 거부했다. 당시 안지 사령탑이던 히딩크 감독에게 부탁해 어시스턴트 코치로 팀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말이 좋아 어시스턴트 코치지 정식 직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훈련 외 시간은 외로움과 고독의 나날이었다. 홍 감독은 러시아 연수를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꿋꿋하게 버텼다.


● 독이 든 성배 기꺼이 수락

홍 감독이 6월 말 러시아 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즈음 한국축구 최대 이슈는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한국을 8회 연속 본선에 진출시켜놓은 뒤 원래 약속대로 소속 팀 전북 현대로 돌아갔다. 최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 막판 보여준 실망스런 경기력 때문에 여론도 그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 새 선장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1순위는 단연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 감독만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갖춘 후보가 없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수락할지가 의문이었다. 지도자로 정점에 서 있던 홍 감독이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섣불리 대표팀을 맡는 모험을 택하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노리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길이었다.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다면 2018년까지 장기계약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홍 감독 측근의 말은 달랐다. 이 측근은 “홍 감독은 한국축구가 위기라는 판단이 서면 자신의 입장이나 이득은 뒤로 하고 기꺼이 그 짐을 맡을 만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까지 이른바 패키지 계약설에 대해서도 측근은 “오히려 홍 감독이 단기 계약을 요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했다. 계약기간은 2015년 호주 아시안컵까지였다. 홍 감독이 먼저 2년 계약을 제시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제의받고 수락 여부를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대표팀 감독이 되면 2012년에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내 새끼들(런던올림픽 멤버) 중 일부를 잘라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러시아 연수 막바지 냉정하게 이들을 내칠 수도 있다고 판단이 들었을 때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 차근차근 난제 해결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축구 외적인 문제에 계속 시달렸다. 대표팀 주축 미드필더 기성용(선덜랜드)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최강희 감독을 비난한 글이 공개돼 큰 비판을 받았다. 소속 팀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해 경기감각을 잃은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의 발탁 여부도 뜨거운 감자였다. 홍 감독은 차근차근 원칙에 입각해 난제들을 수습했다. 기성용은 10월 대표팀에 소집된 뒤 공식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전했고, 파문은 일단락됐다. 기성용은 이후 빼어난 기량으로 홍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홍 감독은 여전히 박주영을 뽑지 않고 있다. 올 겨울이적 상황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홍명보호는 초기 빈곤한 득점력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짜임새를 갖춰 나갔다. 10월 브라질-말리, 11월 스위스-러시아 평가전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호평을 받았다.

홍 감독은 한국축구 최대 고민이던 좌우 풀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최근 2년 간 대표팀은 붙박이 좌우풀백 자원이 없어 늘 걱정이었다. 홍 감독은 과감하게 김진수(니가타 알비렉스)와 이용(울산)이라는 젊은 신예를 발굴해 냈다.<끝>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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