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사진제공|KLPGA
“지고 있어서 무조건 이겨야겠다 생각
마지막 순간에도 우승 사실 전혀 몰라
현지 항공사 파업에 파리로 이동 차질
택시비만 200만원…어떻게 번 돈인데”
“택시비만 200만원 썼어요. 어떻게 우승해서 번 돈인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에서 우승한 김효주(19·롯데)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차세대 골프여왕을 보기 위해 수많은 환영인파가 몰린 가운데, 김효주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입국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귀국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 부친 김창호 씨, 한연희 코치와 동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승의 기쁨을 오래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항공편 때문이었다.
원래는 대회 장소인 프랑스 에비앙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파리로 이동한 다음,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항공사 파업에 따라 에비앙에서 파리로의 이동에 차질이 생겼다. 부친 김 씨와 한 코치는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여러 항공편을 알아봤지만, 결국 표를 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파리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장장 7시간에 걸친 긴 이동이었다. 택시비만 200만원이 나왔다.
김효주는 “그렇게 많은 택시비를 내본 건 처음이다. 어떻게 번 돈인데…”라며 아까워했다. 다행히 김효주와 일행은 파리까지 이상 없이 도착했고 16일 예정된 시각에 귀국했다. 무사히 귀국한 김효주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효주는 “이제야 우승한 실감이 난다. 카메라도 많고 인터뷰도 하니 우승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카리 웹(호주)과의 마지막 18번홀(파4) 승부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효주는 “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웹이 실수를 해도 내가 버디를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결과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첫날 61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것도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한 집중력 덕분이다. 김효주는 “1라운드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치면 붙고, 치면 들어갔다. ‘신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우승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에도 비슷했다. 그는 “웹의 파 퍼트가 빗나간 순간에도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앞에서 경기한 선수도 있었기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로지 내 경기에만 집중했고, 캐디가 말해줘서 우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관심사는 LPGA 투어 진출이다. 김효주는 “갑작스럽게 우승해 아직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우선은 남은 국내 투어에 집중하고, 그 다음 주변 분들과 상의해 결정할 예정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효주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투어 5년 시드를 받는다. 내년 LPGA 투어에 진출할 경우 2019년까지 뛸 수 있다. LPGA 투어 진출은 철저한 준비 후 결정할 예정이다. 남은 기간 체력 및 쇼트게임 등을 보강해 LPGA 투어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계획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