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독일 연수기] 전문 스트라이커 사라지는 독일축구

입력 2014-10-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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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전 축구협회 부회장. 스포츠동아DB

허정무 전 축구협회 부회장. 스포츠동아DB

2. ‘특화 포지션’ 사라지고 ‘토털사커’ 부상

모두가 공격하고 모두가 수비
다재다능 멀티형 선수들 부각

허정무(59)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 원정대회 16강 진출의 위업을 일궜다. 2014브라질월드컵 이후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독일에서 2개월 일정으로 단기 연수를 하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클럽을 오가며 1·2군 선수단 훈련과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두루 점검하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스포츠동아를 통해 자신의 독일 연수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요즘은 독일 뒤셀도르프 외곽의 작은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변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따로 숙소를 얻었다. 이젠 나이 탓인지 타지 생활에 익숙해졌다 싶다가도, 쌍둥이 외손자(강하준-예준) 녀석들의 재롱이 눈에 밟힐 때면 휴대폰을 귀에 대지 않을 수 없다. 통화료가 만만치 않은데, 아주 조금(?) 걱정스럽긴 하다.

굳이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이유는 교통 때문이다. 도르트문트, 샬케04, 묀헨글라드바흐, 레버쿠젠 등 분데스리가 유력 클럽들이 30∼40분 거리에 있다. 특히 겔젠키르헨에 연고를 둔 샬케를 자주 찾는다.

첼시(잉글랜드)를 2012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이 올 시즌 새롭게 샬케의 지휘봉을 쥐었는데, 침체된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어 기대가 크다. 내내 부정적이던 언론 보도도 호의적으로 변했다. 훈련장도 팬들로 꽉 들어찬다. 평일 대낮의 공개 훈련에도 1만명 가량이 찾는다면 누가 믿을까. 새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인지 선수들도 의욕적이었다.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 조별예선 기간이라 각국 대표선수들이 차출됐지만, 골키퍼 3명을 포함한 19명의 선수들 모두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찾았던 마인츠와 레버쿠젠도 그랬지만, 샬케 훈련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토털 사커’다. 뚜렷한 공격수, 수비수의 개념이 없었다. 모두가 공격을 했고, 함께 수비를 했다. 수비 능력 없는 공격수, 공격 능력 없는 수비수는 앞으로 대우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의 계보에서 살필 수 있듯 독일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개념이 아주 강한 곳이었는데, 확실히 사라지는 경향이다. 모두가 공격하고, 수비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불과 1∼2m 내외의 작은 밀집공간에서 진행되는 훈련부터 쉬어가는 시간이 없었다. 한 명의 뛰어난 공격수와 빼어난 플레이메이커 시대는 저물고 있었다.

물론 축구에 정답은 없다. 독일이 한다고, 또 스페인이 한다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축구가 더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참, 며칠 전 도르트문트에 있는 (지)동원이를 만날 수 있었다. 많이 위축돼 있었고, 절박해 보였다. 옛 스승으로서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환경과 주변상황에 영향 받지 말자’, ‘여유롭게, 또 자신감 있게 움직이자’, ‘볼 컨트롤 하나에 영혼을 담자’고. 그래도 확신한다. 지금의 이 시련이 우리의 어린 친구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영광스런 성장통이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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