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 스포츠동아 DB
우완투수 정철원(25)과 내야수 전민재(25·이상 롯데 자이언츠)는 두산 베어스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정철원은 2022년 신인왕을 차지한 불펜의 핵이었다. 전민재는 지난해 두산 유격수 중 2번째로 많은 395이닝을 소화하며 차세대 주역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이들 2명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내는 선택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팀의 뎁스 강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했다. 22일 롯데 외야수 김민석(20), 추재현(25), 투수 최우인(22)을 받는 조건으로 이들을 내줬다. 건강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두산의 의지가 읽히는 트레이드다.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일찌감치 무한경쟁 체제를 선언했다.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향해서도 “지금 훈련 중인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많이 뛰어야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팀이 발전한다”며 “영원한 주전은 없다”고 굵고 짧은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롯데에서 이적해온 3명은 모두 두산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젊은 피다.
특히 김민석과 추재현은 두산의 외야 뎁스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석은 프로 첫해인 2023시즌 129경기에서 102안타(타율 0.255)를 치며 잠재력을 입증했고, 추재현도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어깨가 강한 외야수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익수 김재환(36), 중견수 정수빈(34) 등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주축인 두산 외야의 세대교체를 이끌 주역이 될 수 있다. 이들과 베테랑들이 건강한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내면 선수단 운영은 훨씬 수월해진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KT 위즈로 이적한 3루수 허경민, 은퇴를 선언한 유격수 김재호의 대체자를 찾는 작업이다. 애초 전민재는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등과 함께 이 자리들을 놓고 경쟁할 후보였던 터라 이번 트레이드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두산은 남은 기존 자원을 비롯해 2년차 여동건, 1라운드 신인 박준순 등 젊은 내야수들까지 경쟁구도에 포함해 최적의 대체자를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누구든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생기면, 그만큼 에너지 레벨은 올라간다.
내야 뎁스가 한 명 줄어든 대신 외야에 젊은 피를 더 수혈했다. 무한경쟁을 가속화하겠다는 두산의 의지가 엿보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