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스와잭. 스포츠동아DB
직구 위주 피칭으로 혼줄…변화구로 돌파구
24일 잠실 SK-두산전을 앞두고 소나기가 강하게 내렸다. 두산의 타격훈련 도중 내린 비로 그라운드가 많이 젖었다. 급히 방수포를 깔았다. SK는 그라운드 사정상 실내훈련장에서 타격훈련을 한 뒤 경기에 나섰다. 두산의 교체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처음 선발로 마운드에 서는 날이었다.
전설의 록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명곡 ‘Black Dog’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스와잭이 고른 테마송이었다. 그러나 1·2회 노래의 멜로디가 끝나기도 전에 스와잭은 난타를 당했다. 1회 선두타자 이명기가 2구째를 때려 중전안타를 만든 뒤 조동화의 보내기번트. 2사 2루서 앤드류 브라운(시즌 18호)의 홈런이 터졌다. 시속 140㎞의 몸쪽 낮은 코스 커터가 백스크린까지 날아갔다.
스와잭은 KBO리그 타선의 매운맛을 연속으로 봐야 했다. 2회에도 테마송을 채 마치기도 전에 첫 타자 김강민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나주환의 보내기번트에 이은 김성현의 우전적시타와 이명기-조동화의 장타가 연달아 터졌다. 한용덕 투수코치가 이명기의 안타 뒤에 마운드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스피드건에 나타난 직구는 시속 150㎞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유난히 빠른 공을 잘 치는 한국타자들에게 스와잭의 스피드가 이겨내지 못했다. 2회까지 무려 7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자신 있게 던진 공이 SK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연신 맞아나가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스와잭은 3회 이후 투구패턴을 달리했다. 힘으로 우겨넣지 않았다.
스와잭은 클리블랜드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직구와 커터 등 빠른 공을 던져 짧게 힘으로 제압하는 스타일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포수 양의지와 어떤 패턴으로 공을 던지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3회 커터를 중심으로 피칭 패턴이 달라졌다. 시속 140㎞대의 공이 자주 보였다. 4회는 더욱 스피드를 떨어트렸다.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던졌다. 시속 130㎞대 공도 등장했다. SK 정상호의 타구에 양의지가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당해 포수가 최재훈으로 바뀐 가운데 2루 병살타 유도로 이닝을 또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5회까지 73개의 공을 던져 23명의 타자를 상대로 8안타 2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한 스와잭은 6회 마운드를 양현에게 넘겨줬다.
이날 피칭을 가까이서 지켜본 심판과 서정환 경기감독관은 “첫 경기니까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타자를 압도하진 못했다.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좋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스와잭은 마침내 까다롭기로 소문난 KBO리그의 실체를 경험했다. 참고로 ‘Black Dog’은 속어로 우울증을 뜻한다.
잠실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