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스포츠동아DB
#선수의 능력을 거래하는 프로야구단이야말로 이 적정가치를 통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업종이다. 이를 위해 고차원적 통계자료가 나타났지만, 통계를 해석하는 것 역시 결국은 사람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두고 어느덧 ‘거품도 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넥센의 이택근 영입, NC의 이호준 영입 같은 성공작을 보면 현명한 투자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재앙으로 돌아온 케이스가 워낙 뇌리에 각인되다보니 구단들은 전력 보강의 유혹과 재정 리스크 증가의 두려움 속에서 방황하기 일쑤다. 어떤 단장은 실현불가능한 소리란 것을 알면서도 “FA 보험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하소연까지 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SK 정우람, 두산 김현수, 삼성 박석민 같은 대형 FA가 또 시장에 나온다. 이미 총액 90억원짜리 선수(KIA 윤석민)가 나온 마당에 구단들은 벌써부터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그런 것 같아도 물밑에서 구단들은 조금씩 현명해지고 있다. 그룹의 자존심 같은 야구 외적인 이유에서 플러스알파를 얹어주는 행태를 탈피해갈수록 구단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일단 10구단 kt의 투자 규모가 아주 클 것 같지 않다. 여기에 한국야구를 떠받쳐온 ‘1982년 세대’와 ‘1988년 세대’의 몸값 정점이 점점 끝을 향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을 받쳐줄 세대의 성장이 더디기에 3년 정도만 지나면 설령 돈 보따리를 풀고 싶어도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11월 열릴 ‘프리미어12’ 대회는 선수들을 위해서 더욱 유의미할 수 있다. 야구의 인기를 키워 선수 몸값을 올리는 데 국제대회만한 재료는 없다. 국제경쟁력의 입증은 곧 선수 몸값 상승의 가장 큰 명분이 된다. 이미 2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통해 황금세대가 만들어졌고, 그 과실을 10년간 누리고 있다. 올해 프리미어12는 한국야구가 새 성장동력을 발견해야 할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돈도 안 되는 대회에 피곤한데 왜 나가?’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사령탑 선임 방법부터 난항이지만, 최대 관건은 이 대회에 헌신하겠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야구계 전체의 공감대 형성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