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연은 ‘제2의 방수현’을 꿈꾸는 여자 셔틀콕의 기대주다. 17일 충남 당진에서 개막한 2015전국가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는 한소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당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똑똑하고 178cm 큰 키에 후위 공격 장점
성장 잠재력 커 도쿄올림픽땐 최고 전성기
한소연(20·대진대 2년)은 총 20명의 여자배드민턴국가대표 중 2명뿐인 대학생 선수 중 한명이다. 한소연을 국가대포로 키운 김경란 대진대 감독은 17일 ‘2015전국가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막을 올린 충남 당진체육관에서 “한없이 밝고 순수한 성격인데, 코트 안에만 들어서면 독해진다. 전혀 다른 사람처럼 지고는 절대 못 사는 승부욕을 발휘한다. 평소에는 어린아이 같지만, 경기 중에는 굉장히 똑똑해진다”고 말했다.
풋풋한 미소에 수려한 외모. 언뜻 보면 국가대표선수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 같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아직 1학년이었던 올 1월 국가대표 선발 평가전에서 성지현(24·MG새마을금고)의 뒤를 잇는 여자단식의 기대주로 주목받으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배드민턴은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불리며 최정상급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단식보다는 복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여자단식은 1996년 애틀랜타대회 방수현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이후 코트 전체를 홀로 지켜야 하는 단식의 특성상, 체력적 조건에서 한국은 복식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많아졌고, 유망주들 중에선 복식을 고집하는 풍조도 생겼다.
한소연은 고교 시절부터 복식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스스로 단식을 선택했다. 김경란 감독은 “178cm의 큰 키에 후위 공격이 좋다. 똑똑하다. 더 열심히 하면 대형 단식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소연은 “국가대표가 되니 실력이 뛰어난 언니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어서 기쁘다. 많이 배우고 있다. 평소 성지현 언니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함께 운동하니 꿈만 같다. 국가대표로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조금씩 랭킹을 올려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정상권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단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했다. 이어 “복식은 실수를 하거나 잘 못하면 파트너에게 미안해진다. 단식은 내 탓만 하면 된다.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홀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점이 매력적이다”고 덧붙였다.
2020년이 되면 한소연은 배드민턴선수로는 신체적·기술적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일본 도쿄에선 올림픽이 열린다.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고, 먼 꿈만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스무 살 대형 단식 유망주는 ‘20년 넘게 여자단식 올림픽 메달이 없다’는 말에 “벌써 그렇게 오래됐군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당진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