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디 고든 내치고 가슴 치는 다저스

입력 2015-11-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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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말린스 디 고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마이애미 말린스 디 고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올 시즌 시작 전 마이애미로 트레이드
타율·안타·도루 부문 NL 1위 대활약


2015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정규시즌에서 홈런을 139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724득점으로 전체 7위에 올랐다. 반면 LA 다저스는 로열스보다 48개나 많은 187홈런을 때리고도 667득점에 그쳤다.

그렇다면 2014년의 다저스는 어땠을까. 팀 홈런 수는 134개에 그쳤지만, 718득점으로 전체 7위였다. 불과 1년 사이에 다저스의 팀 컬러가 이처럼 완전히 달라진 이유로는 디 고든(27·사진)을 마이애미 말린스 이적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12일(한국시간) 다저스는 댄 해런, 미겔 로하스를 고든과 함께 마이애미로 보내는 대신 어스틴 반스, 크리스 해처, 앤드루 히니,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팬들은 10승 투수와 더불어 64도루를 성공시킨 올스타 2루수를 트레이드한다는 발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해런과 고든의 이듬해 연봉을 다저스가 고스란히 지불하는 조건이라 모두가 혀를 찼다.

해런은 올 시즌 말린스와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하며 11승9패, 방어율 3.60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고든의 성적은 더욱 대단했다. 타율(0.333), 최다안타(205개), 도루(58개)에서 모두 내셔널리그 1위를 차지했다. 타격왕과 도루왕 동시 등극은 1949년 재키 로빈슨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든은 특히 2008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지명한 뒤 다저스가 애지중지 키우던 선수였다. 사실 초창기에는 계륵 같은 취급을 받았다. 발은 빠르지만 타격과 수비 모두 수준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늘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다저스도 고든이 착실하게 성장하길 마냥 기다릴 순 없는 입장이었다.

2011년 라파엘 퍼칼이 부상을 입자 빅리그로 승격된 고든은 56경기에서 24도루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듬해에는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다저스 구단은 그를 믿지 않았다.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핸리 라미레스를 영입하자, 고든은 대주자 신세로 밀려났다. 2013년에는 마이너리그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지난 시즌에는 강속구 구원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아버지 톰 고든의 후광에서 벗어날 기회가 찾아왔다. 유격수를 포기하고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꿔 당당히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전반기에만 타율 0.301에 42도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올스타에도 뽑혔다.

그러나 새로 바뀐 다저스 수뇌부는 고든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2019년에나 완전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고든을 계속 싼 값에 쓰는 대신 연봉이 950만달러나 되는 하위 켄드릭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넘긴 것이다. 게다가 켄드릭은 올 시즌을 마치자마자 FA가 됐다.

올해 고든이 골드글러브와 실러슬러거를 휩쓸며 최고의 2루수로 등극했을 때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르한 자이디 단장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재정이 빠듯한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부자 구단으로 옮겨온 뒤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총명함도 잃은 것은 아닐까. 고든을 보면서 드는 씁쓸한 입맛은 다저스 팬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리라.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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