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동아시안컵 우승·女축구 첫 월드컵 16강…희망에 웃었고

입력 2015-12-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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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27년만에 준우승을 차지한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올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27년만에 준우승을 차지한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2015년 환희

2015년은 훗날 한국축구사에 어떤 내용으로 기록될까.

우선 2014브라질월드컵 참패 이후 무너졌던 A대표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한 해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브라질월드컵 직후 홍명보 감독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한국축구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소방수로 독일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고, 그는 올해 값진 성과를 거뒀다. 과거 외국인 사령탑들이 겪었던 부임 초기 시행착오 없이 올 한 해를 쾌속으로 질주했다. 1월 2015호주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준우승을 이끌었고,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에선 7년 만에 우승컵을 안겼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6전승을 내달렸다. 올해 20번의 A매치에서 17차례 무실점을 하며 16승3무1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기록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알차게 내실을 다졌다는 점에서 더 값지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더불어 챌린지(2부리그), 아마추어 등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새 피’를 발굴했다.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황의조(성남FC), 권창훈(수원삼성), 이재성(전북현대) 등 K리그를 누비던 영건들은 이제 한국축구의 중심축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과감한 발탁은 선수들에게 ‘나도 열심히 하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동기부여로 작용했고, 이는 전반적인 한국축구의 기량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최진철과 아이들’이 10월 칠레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룩한 것이나, ‘신태용호’가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앞두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의 희망을 키웠다는 점 또한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다.

특히 윤덕여 감독이 지휘한 여자대표팀은 6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2015 FIFA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열매를 따냈다. 남자축구에 비해 저변은 물론 관심도가 뚝 떨어지는 현실에서 조소현(현대제철)을 비롯한 태극낭자들이 거둔 쾌거는 여자축구에 대한 더욱 장기적이고 과감한 투자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여자축구 활성화 전략 TF팀’을 꾸리고 여자축구 장단기 발전 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클래식은 비록 ‘압도적 1강’ 전북의 일방적 독주로 인해 흥미가 반감되기도 했지만, 만년 적자와 텅 빈 스탠드로 상징되던 K리그의 암울한 현실에도 조금씩 변화의 흐름이 감지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FC서울이 프로축구단으로는 최초로 객단가 9485원을 기록하며 1만원대 진입을 목전에 둔 것이나, 유료관중 비율 90%가 넘는 구단이 수원(91.5%)과 포항 스틸러스(91.4%) 등 두 팀이나 나왔다는 점은 K리그 구단들이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성남은 시민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르고, 관중 동원과 객단가 상승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비기업구단이 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했다. 신생팀으로 챌린지에 첫 발을 내디딘 서울이랜드FC는 비록 목표했던 클래식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차별화된 마케팅 등으로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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