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오른쪽)이 29일(한국시간) 왓포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5~2016시즌 1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오랜만에 골 맛을 본 뒤 환호하고 있다. 부상 후유증과 거듭된 교체출전으로 인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낸 그는 더욱 희망찬 새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종료직전 힐킥 결승골…부상·교체출전 마음고생 훌훌∼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3·토트넘)이 다시 비상했다. 손흥민은 29일(한국시간) 비커리지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종료 직전 환상적인 힐킥 결승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1-1로 맞선 후반 23분 교체투입된 손흥민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휘저은 끝에 골 맛을 봤다. 9월 20일 크리스털 팰리스전(홈) 이후 3개월여만의 정규리그 2호 골(1도움)이자, 시즌 4호 골(5도움)이다. 3연승을 달린 토트넘도 9승8무2패(승점 35)로 올 시즌 목표인 4위권 진입의 청신호를 켰다.
● 최고의 출발&마무리
킥오프 17분 만에 에릭 라멜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토트넘은 전반 41분 동점골을 내줬다. 그러다 후반 초반 상대 수비수 네이선 아이크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왓포드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반전을 위한 토트넘의 선택은 간단했다. 손흥민이 투입되면서 공격에 탄력이 붙었다. 그토록 기다린 드라마가 이뤄진 것은 후반 44분. 키어런 트리피어가 오른쪽 측면에서 띄워준 프리킥을 손흥민이 골키퍼를 등진 상태에서 절묘한 오른발 힐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나온 시즌 1호 골도 결승골이었기에 득점의 가치는 더했다.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왓포드전은 2015년 마지막 경기였다. 올해 초부터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쉼 없이 내달린 손흥민이다. 1월 호주아시안컵과 6월 시작된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맹위를 떨친 데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레버쿠젠)와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늘 상승곡선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여름이적시장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뒤 빠르게 연착륙하는 듯했지만, 갑작스러운 발(족저근막) 부상을 입었다. 회복 후에도 경기감각을 되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듭된 교체투입으로 리듬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왓포드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이 원정 팬들과 얼싸안으며 격한 감정을 표출한 장면, 경기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전한 “(골 세리머니를 할 때) 미쳐있었다(Crazy)”는 표현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드러났다.
● 부단한 자기관리의 힘
함부르크(독일)에서 레버쿠젠으로 옮겼을 당시, 손흥민이 내건 첫 번째 조건이 있었다. ▲개인훈련 보장 ▲훈련장 제공 등이었다. 높은 급여와 수당 인상 등이 아닌 ‘훈련장 자유이용권’을 요구받은 레버쿠젠이 조금(?) 당황했던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손흥민은 함부르크에 입단했을 때부터 하루도 개인 트레이닝을 빼놓지 않았다. 아버지 손웅정 씨가 직접 짠 프로그램에 따라 슛과 드리블 등 기본기를 다지는 데 매진해왔다. 장소가 달라졌을 뿐, 토트넘에서도 생활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클럽하우스를 보유한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여전히 축구의 기본을 채우고 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 법. 구단 차원에서 이뤄지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체력·컨디션 관리가 더해지자 손흥민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최전방부터 섀도 스트라이커, 윙 포워드까지 토트넘에서 다재다능한 포지션 수행 능력을 뽐냈고, 최근 골 기근과 교체 출장으로 인한 심적 부담도 마침내 걷어냈다. 손흥민의 2016년이 기대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