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손흥민 “골 넣기전 모든게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입력 2015-12-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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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동료들 SNS에 사진·글 올리며 열광
이청용도 “손흥민 정말 자랑스럽다”


기다렸던 손흥민(23·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호 골이 마침내 터졌다.

손흥민은 29일(한국시간) 비커리지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19라운드 왓포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중반 교체로 투입돼 종료 직전 결승골을 뽑아내며 토트넘의 2-1 승리에 앞장섰다. 9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홈경기 이후 3개월여 만에 터진 리그 2호 골이다. 손흥민을 MOM(맨 오브 더 매치)으로 선정한 영국 공영방송 BBC는 “팀을 3위로 이끄는 드라마틱한 결승골이었다. 가장 강력하게 팀에 기여했다”고 보도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믹스트존에서 만난 현지 취재진에게 “솔직히 어려운 경기였다. 이길 수 있어 기쁘고, 우리 팀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게 돼 더욱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에 대해선 “결승골이라 너무 행복하다. 동료들이 함께 축하해주고 ‘행복하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한 듯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이뤄진 토트넘 자체 인터뷰에선 강렬했던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말 중요한 득점이었다. 골 세리머니를 할 때 난 그야말로 미쳐있었다(crazy). 골을 넣기 전 내게 날아든 크로스는 정말 완벽했고, 내게는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어떻게 골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운도 많이 따라줬던 것 같다.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언제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늘도 힘든 경기였고, 끝까지 득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팀 동료들의 분위기도 뜨거웠다. 많은 선수들이 각자 SNS를 통해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수비수인 토비 알더베이럴트는 ‘오늘 승리를 일군 주인공과 함께’란 문구와 더불어 선수단 버스에서 손흥민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 사진을 찍어 올려 대단한 반응을 유도했다.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도 ‘막판 결승골로 승리하는 느낌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글귀로 큰 호응을 받았다.

같은 시간 펼쳐진 크리스털 팰리스와 스완지시티의 런던 대결(0-0 무승부)을 마친 ‘선배’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도 손흥민을 향한 덕담을 잊지 않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선수들이 결승골을 넣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자랑스럽다. 스완지시티 (기)성용이나 (손)흥민이나 모두 굉장한 실력을 가진 좋은 동료들이다. 각자 팀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이 정규리그 17라운드 스토크시티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18라운드에선 기성용(26)이 웨스트브롬위치를 상대로 결승골을 뽑았다. 19라운드에선 손흥민이 형님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역시 결승골을 작렬해 연일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국내 팬들의 연말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런던 | 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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