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야구협, 창립총회도 무산
실무직원 외 전원 물갈이 될듯
통합 대한체육회가 25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야구협회(KBA)와 대한수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비리와 내부갈등, 재정악화 등으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정상적으로 조직운영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단체는 이제 정회원단체에서 등록단체로 지위가 격하됐을 뿐만 아니라 모든 권리와 자격, 의무를 상실했다. 관리단체는 기업으로 치자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는 당장 28일부터 관리인단 7명을 KBA에 파견해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을 정비할 예정이다. 결국 이들에 의해 KBA의 향후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 7인 관리인단 구성은?
KBA는 당초 25일 오후 국민생활체육전국야구연합회와 ‘통합 대한야구협회 창립 대의원총회’를 열 계획이었다. 법정 통합 시한인 27일까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단 KBA 김종업 부회장(회장직무대행)을 통합회장으로 추대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양측은 이미 물밑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오전에 KBA가 관리단체로 지정되면서 창립총회는 무산됐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즉시 해당단체의 모든 권리와 권한은 정지된다. 또 이사 이상의 모든 임원이 자동 해임되기 때문에, 김 부회장 역시 물러나야 하는 신분이 됐다. 임원들은 관리단체 지정에 따른 공동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향후 KBA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체육단체에서도 임원을 할 수 없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자체적으로 정상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이사회 보고 후 관리단체 지정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 7명의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28일부터 KBA에 파견하기로 했다. 관리위원장으로는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정진구 회장을 위촉했다. 대한체육회 유정형 체육진흥본부장을 비롯한 체육회 인사들과 변호사 1명이 관리인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KBA 실무직원 빼고는 전원 물갈이 예상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즉시 해당단체의 임원, 선수 및 기타 관계자는 당해 단체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제 KBA의 운명은 관리위원회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관리위원회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KBA 조직을 정비해나갈까. 관리위원장을 맡게 된 정진구 WBAK 회장은 27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나도 갑자기 위원장 자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황이라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28일 오전 7인의 관리인단 미팅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쪽에서 어떤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기류로 보면 KBA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무를 맡고 있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전원 물갈이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관리위원회에서 KBA와 전국야구연합회의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통합회장까지 추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조직 정비의 방향과 틀이 결정되는 28일 관리인단 회동이 주목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