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로 본 제2의 변화구 장착, 왜 중요한가

입력 2016-07-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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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한화 권혁(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 김광현-한화 권혁(오른쪽). 스포츠동아DB

야구에서 모든 투구의 기본은 직구다.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무기다. 힘 있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어디서든 환영받는 이유다. 여기에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직구와 슬라이더 또는 직구와 체인지업, 직구와 포크볼의 ‘투 피치’ 투수가 즐비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신재영, 김세현(이상 넥센), 김재윤(kt) 등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투 피치’ 투수들이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먹고 산다. 김세현과 김재윤은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 신재영은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반대로 김세현과 김재윤의 슬라이더, 신재영의 직구는 주무기를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양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한번 흔들리면 여지없이 난타 당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 타자들이 2가지 구종만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되기에 노림수를 가져가기 수월해진다. 물론 2가지의 피칭메뉴 외에 다른 구종도 던질 수 있지만, 확신이 없어 봉인하곤 했다. 한 투수는 “완벽하지 않은 구종을 어설프게 던지다 맞느니 자신 있는 공으로 승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최근 신재영에게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앞으로 10년간 더 잘할 생각을 해야 한다. 많이 던지면서 맞아 봐야 그립도 바꿀 수 있다. 결국 제2의 변화구를 던져야 야구인생이 길어진다.” 신재영은 27일 고척 두산전에서 11승째를 따낸 뒤 “오늘은 체인지업 7개를 던졌는데, 다음에는 8개를 던지겠다. 한 개씩 늘려가며 익히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변화구라도 상대 타자들이 노림수를 가져가기 어려워진다.

제2의 변화구를 장착하고 성공한 사례는 꽤 있다. SK 에이스 김광현은 입단 초기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 피치’를 즐겼으나, 커브로 카운트를 잡기 시작하면서 더 무서운 투수가 됐다. 지난해 직구와 슬라이더로 먹고살던 한화 송은범과 권혁은 각각 체인지업, 커브를 적극적으로 던지면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롯데 박세웅도 포크볼을 장착해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와 니시노 유지(지바롯데)는 강속구와 포크볼 위주의 투구를 하지만, 슬라이더 또한 위력적이다. 횡으로 휘고, 종으로 떨어지는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던지므로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 무척 까다롭다. 단 2가지 구종만으로 승부하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직구를 포함해 완성도 높은 확실한 구종 3가지를 갖고 있으면 가장 좋다”며 “투 피치의 단조로운 패턴이라도 구속 조절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결국 완성도의 문제다. 완성도가 낮은 다양한 구종보다는 2~3가지의 확실한 무기만 있어도 문제없다”고 분석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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