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서캠프.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은 19일 잠실 LG전에 앞서 외국인투수 에릭 서캠프(29)를 두고 이 같이 말했다. 혹평도 이런 혹평이 없다. 투수에게 필요한 덕목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 시즌 7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방어율 7.56(25이닝 21자책점)으로 부진한 서캠프로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2군행을 통보받아 앞으로 최소 열흘간 1군 마운드에 설 수 없다.
한화는 서캠프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끝 모를 부진이 더욱 뼈아픈 이유다. 사실상 올 시즌 후반기에만 등판할 투수에게 총액 45만달러(한화 약 5억2000만원)를 안겨준 것은 큰 기대치를 보여준 단면이다. 발표하지 않은 이적료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영입한 선수다. 6월24일까지 메이저리그(ML)에서 뛰었기에 실전감각에 따른 문제도 없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중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지만, 너클커브와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 구사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우투수 일색인 한화 선발진의 균형을 잡아줄 카드라 기대가 컸다. 실제로 첫 2경기에서 방어율 1.74(10이닝 2자책점)로 호투하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대전 SK전부터 18일 잠실 LG전까지 5경기의 투구내용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 기간에 3패만 떠안았고, 방어율은 무려 11.66(14.2이닝 19자책점)에 달했다.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4사구가 12개였다.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라는 평가에 걸맞지 않았다. 9이닝당 안타 17.8개, 볼넷은 5.52개였다. 경기당 평균 2.2이닝만 소화하면서 이닝당 투구수는 20.7개에 달했다.
18일에는 1회에 4안타를 맞고 2실점하자 곧바로 교체당했고, 19일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6일 대전 NC전에서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2군 경기장이 있는 서산으로 내려가 조정기간을 가졌지만, 이후 2경기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무기인 너클커브의 제구는 불안했고, 구위도 상대 타자를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감독이 서캠프의 전담코치로 지정한 계형철 코치는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다. 2군경기에 등판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1군 복귀시점은 기약이 없다”며 “서캠프를 대신할 자원은 있다. 지금 서캠프는 구위도, 컨트롤도, 주무기도 없다. 딱 그 정도 수준의 투수”라고 혹평했다.
문제는 한화의 팀 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데 있다. 19일까지 48승3무58패(승률 0.453)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난해에는 에스밀 로저스가 후반기에만 6승(2패)을 책임져준 덕분에 막판까지 5강 다툼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로저스급의 활약을 기대한 서캠프가 1승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 성적도 2승5패에 그쳤다. 지금까진 영락없는 ‘실패한 투수’다. 순위 다툼이 걸린 승부처에서의 2군행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한번 두고 볼 일이다. 김 감독의 혹평을 뒤집는 것은 본인의 노력에 달렸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