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롯데 조원우 감독.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IA와 롯데는 각각 2011년, 2012년을 끝으로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프로 원년부터 영남(롯데)과 호남(KIA)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구단이지만, 최근 성적은 처참했다. KIA는 김기태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확실히 리빌딩 기조로 돌입했다. 롯데는 올해 조원우 감독 부임 후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양 팀의 리빌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KIA는 김 감독의 임기인 3년을 리빌딩 기간으로 봤다. 2년차인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통해 경험을 쌓고, 군복무를 마치는 안치홍·김선빈 등의 복귀 전력이 있는 내년에 승부를 보겠단 계산을 했다. 반면 롯데는 조 감독 부임과 함께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윤길현과 손승락을 데려오는 데에 100억원 가량의 돈을 썼다. 또한 조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성적과 세대교체의 갈림길에 서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양 팀 모두 ‘리빌딩의 정석’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타선은 기존 주축선수들을 뼈대로 두고, 신진 세력들이 대거 합류해 있다. KIA는 이범호와 김주찬, 나지완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롯데는 강민호와 황재균, 손아섭 등이 있다. 여기에 마운드는 베테랑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KIA 불펜은 최영필, 임창용, 김광수 등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루고, 롯데 역시 FA 듀오인 손승락 윤길현과 이정민이 지키고 있다. 베테랑들은 팀 성적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양분’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신구조화’의 조건을 갖추자, 투타 모두 젊은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양 팀 모두 겉모습만큼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 마지막 퍼즐은 성적이다. 두 팀은 최근 위기를 겪었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4연승으로 치고 올라가나 싶었지만, 이후 5연패와 2차례 4연패를 겪으며 5위에서 8위까지 추락했다. KIA는 7월 말부터 7연승을 달리며 6위에서 4위까지 치고 나갔지만, 최근 3연패로 주춤하며 5위에 정체돼 있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리빌딩 역시 순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A는 19일 경기에서 롯데를 10-9로 꺾으며 롯데에 4경기차로 도망갔다. 4-6으로 뒤진 8회에만 4번타자 나지완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이적 후 주축으로 거듭난 서동욱의 역전 2점홈런과 2년차 신예 김호령의 쐐기 2점홈런이 연달아 터졌다. 9회엔 주장 이범호마저 솔로홈런을 날렸다.
전날 역전승을 거둔 롯데도 9회말 김상호의 2점홈런과 김대륙의 적시타로 1점차까지 추격하는 투지를 보였다. 최근 사라졌던 ‘뒷심’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KIA는 올 시즌 롯데와 상대전적에서 9승5패로 앞서 나갔다. 롯데도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지난해 5강 경쟁을 통해 KIA가 얻은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직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