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사직구장, 공허한 롯데의 팬 퍼스트

입력 2016-10-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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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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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분위기의 스산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사직야구장에 오면 된다. 잔치 끄트머리의 쓸쓸함과 썰렁함이 야구장에 감돈다. 정말 롯데를 사랑하는 야구팬의 함성도, 응원단의 앰프 소리마저도 어쩐지 처량하다.

롯데는 7일 사직구장에서 ‘왜 이 경기를 해야만 하는가’라는 필연성 없이 넥센전을 맞았다. 그저 일정에 남아있으니 할 수 없이 치러야 될 잔여경기일 뿐이었다. 물론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선발로 외국인투수 레일리를 투입했고, 나름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1승이라도 보태 순위를 조금이라도 올리고픈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 ‘활기’가 결여됐다. 이런 경기에 팬들이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야구장에 올 필연성은 더욱 없다.

롯데는 9월30일 kt전에서 관중 1488명을 기록했다. 연간 회원권을 구입한 관중 숫자(699명)를 제외하면 거의 텅텅 빈 것이나 다름없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9월19일 넥센전(2114명), 9월6일 두산전(3980명)부터 관중 숫자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8월 이후 롯데 홈경기 중 관중 1만 명도 오지 않은 게임이 17번에 달한다. 7일 넥센전도 4458명이었다.

롯데의 2016시즌 관중은 84만 명을 돌파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관중 80만 명 수준이다. 전년 대비 소폭 증가를 했다고 자랑할 상황이 아니다. 800만 관중 시대에 롯데가 차지하는 지분이 계속 줄어드는 현실이 문제다.

양적 축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질적 하락이다. 롯데의 객단가(관중 1인당 입장권 가격)은 이미 꼴찌다. 10개 구단 중 유일한 6000원 대다. 1만 원을 돌파한 KBO리그 평균 객단가를 롯데가 까먹고 있는 것이다. 8월 이후만 세면 롯데는 ‘장사’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해질 것이다.

이런 현실은 7일 사직구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프리미엄 좌석인 지정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사람만 있었다. 스위트박스는 아예 비었다. 익사이팅 존, 캠핑 존도 텅텅 비었다.1루 관중석은 학생팬들로 그나마 자리를 채웠다. 누군가 큰 소리를 지르면 야구장 사람 모두가 들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티켓 가격을 동결했다. 수요가 많은 주말경기에 할증도 붙이지 않고 있다. 시설 보수에 31억원을 투입했다. 이렇게라도 사직 홈팬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고육지책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롯데야구는 그 가격으로도 보러 올 가치가 없는 콘텐츠로 외면 받고 있다.

롯데의 2016년 구호는 ‘팬 퍼스트 팀 퍼스트’였다. 무엇이 ‘팬 퍼스트’인지 정작 모르고 외친 것 같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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