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전 삼성-한화전 도중 벌어진 벤치클리어링과 주먹다짐 사태로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삼성 강봉규-김재걸 코치가 징계기간 내내 경기 중 덕아웃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BO 실무진이 해당 야구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실수로 빚어진 사태였다. 사진은 징계 마지막 날인 27일 고척 넥센전에서 경기 도중 덕아웃에 머무는 장면이 포착된 강봉규(가운데) 코치. 영상캡처 | KBSN스포츠
-경기 도중 덕아웃 출입 금지한 KBO 야구규칙 위반
-KBO 실무진의 잘못된 규정 적용으로 빚어진 사태
21일 대전 삼성-한화전 도중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은 소란스러운 후폭풍을 낳았다. 양 팀 선발투수였던 윤성환과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물론 집단 난투극 사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삼성 잭 페트릭과 한화 정현석 등이 상벌위원회에 대거 회부됐다. 그러나 징계대상은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삼성 강봉규(39) 타격코치와 김재걸(45) 3루·작전코치 역시 상대선수를 가격한 장면이 확인돼 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이라는 처벌을 받았다. 징계는 곧바로 적용됐고, 두 코치는 23일 대구 kt전부터 27일 고척 넥센전까지 5일간 코치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강 코치와 김 코치가 징계기간 내내 경기 도중 삼성 쪽 덕아웃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는 TV 생중계 화면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징계기간 마지막 날인 27일 경기 중계화면을 돌려본 결과 강 코치가 경기 중 덕아웃에서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감독, 코치, 선수의 경기 도중 덕아웃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KBO 공식야구규칙 4.07[원주].
● KBO 룰 해석 실수가 빚은 ‘반쪽짜리 징계’
KBO 공식야구규칙은 출장정지가 내려진 감독과 코치, 선수에게 덕아웃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공식야구규칙 4.07에는 “출전정지 중인 감독, 코치, 선수는 경기를 치르는 동안 덕아웃이나 기자실에 앉아 있을 수 없다”고 관련규정을 명시해놓았다. 이는 곧 두 코치가 5일 동안 규정을 위반했음을 뜻한다.
당사자인 삼성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삼성 박덕주 운영팀장은 29일 전화통화에서 “두 코치가 징계가 내려진 이후에도 선수단과 동행한 사실이 맞다. 23일부터 27일까지 경기 도중 덕아웃 출입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삼성은 관련 부분을 KBO에 사전 질의해 ‘괜찮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상벌위원회 징계 확정 이후 KBO 실무자에게 ‘두 코치가 경기 중 덕아웃 출입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코치 역할만 수행하지 않으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측이 언급한 KBO 실무자 역시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자가 해당규칙을 전달하자 이내 실수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출장정지 관련 규칙과 다른 규정을 잠시 착각했다. 코치직 수행금지 규정은 전달했지만, 덕아웃 출입 부분에 대해선 삼성 구단에 잘못된 해석을 내렸다”고 시인했다.
물론 양 측의 설명대로 강 코치와 김 코치는 징계기간 각각 타격지도와 작전지도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코치 신분으로 덕아웃에 머물렀다는 점만으로도 출장정지 징계는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명확한 판단을 내려줘야 할 주관단체 실무진의 실수로 상벌위원회 징계는 사실상 벌금형으로 끝난 것과 같은 꼴이 돼 버렸다.
상대편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경기 중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 코치이기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지만, 향후 감독이나 선수가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뒤 덕아웃에 앉아있어도 된다는 해석을 낳을 수도 있는 문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