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스크럭스, 만루홈런 비결은 서울관광

입력 2017-10-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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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만루에서 NC 스크럭스가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NC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두산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하루 앞둔 16일 선수단 전원에게 휴식을 줬다.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30)는 모처럼 아내와 서울 관광을 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김 감독은 타격훈련을 마친 스크럭스를 불러 잠시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눴다. 스크럭스는 김 감독 앞에서 활짝 웃으며 “어제 아내와 함께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내와 관광을 하며 참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NC 부동의 4번타자 스크럭스는 롯데와 준PO 5경기에서 21타수 4안타(타율 0.190)로 부진했다. 쾌활한 성격이지만 팀의 중심타자로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을 느낀 탓인지 지나치게 진지했고 조급함도 느껴졌다.

NC는 15일 준PO 5차전을 사직에서 낮 경기로 치렀고 그날 늦은 오후 서울로 이동했다. 과거엔 이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 감독들은 인근 고등학교 야구장이라도 빌려 부진에 빠진 중심 타자에게 타격훈련을 시키곤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선택은 ‘기분 전환’이었다.

한층 밝아진 스크럭스에게 기회가 왔다. 팀이 2-4로 뒤진 5회초 1사 만루의 찬스. 마운드에는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가 버티고 있었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만루 NC 스크럭스가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들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 시즌 스크럭스는 니퍼트에게 7타수 1안타(타율 0.143)로 밀렸다. 시즌 35홈런을 기록한 장타자지만 잠실에서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13경기에서 타율 0.216(51타수 11안타), 장타율 0.431이었다. 그러나 스크럭스가 니퍼트에게 때린 1안타는 홈런이었다. 잠실에서도 세 차례 펜스를 넘긴 기억이 있었다.

4회까지 삼진 7개를 잡으며 혼신의 힘을 다하던 니퍼트는 5회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볼카운트 1B-1S. 초구 슬라이더(헛스윙), 2구 포심 패스트볼(볼)을 선택한 니퍼트-양의지 배터리는 3구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시속 128㎞ 슬라이더는 가운데로 몰렸고, 스크럭스는 이 공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만루홈런(비거리 110m)을 때렸다.

1999년 10월 13일 한화 장종훈(대전 두산 3차전)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무려 6579일 만에 터진 만루홈런이었다. 1997년 LG 유지현, 그리고 장종훈에 이어 PO 역대 3호 만루홈런 주인공이 됐다. 포스트시즌 전체에서도 역대 13번째 만루홈런이라는 진기록이었다.

스크럭스는 치열한 불펜 싸움이 전개된 8회초 2사 1·2루서 이현승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로 8-5로 달아나는 결정적 쐐기 타점까지 추가했다. 9회초 2사 1루서도 우전안타를 때리며 4번타자로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6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으로 PO 1차전 데일리 MVP에 올랐다.

이날 NC는 스크럭스의 만루홈런으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고 8회 두산 불펜 필승조를 무너트리며 7점을 추가해 13-5 대승을 거두며 PO 1차전을 잡는 데 성공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이어진 두산과 가을야구 승부에서 처음 올린 1차전 승리라 더 값졌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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