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관계로 한국 삿포로돔 적응 훈련 불가 방침 전해
한국이 일본 들러리? KBO 난색 표하며 수정안 기다려
한국야구가 숱한 무리를 무릅쓰고, ‘2015 WBSC(세계야구소트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대회에 최정예 대표팀을 구성해 파견하는 이유는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 등 국제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라는 국제대회가 있기에 프리미어 12를 굳이 꼭 개최해야 될 필연성은 약하다. 게다가 프리미어 12는 사실상 일본이 WBSC와 손잡고 주도하는 대회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를 정식종목에 넣고 싶어 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데 프리미어 12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 대회에 미국 메이저리그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결국 프리미어 12의 성패를 쥔 주체는 사실상 한국이었다. 한일전이라는 흥행 빅카드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한일전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최 측은 시작부터 한국에 무리한 일정을 요구했다. 11월 8일 개막전을 일본 삿포로돔에서 한일전으로 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경기만 치르고 한국은 9일 곧바로 대만 타이베이로 날아가야 된다. 엄청난 피로를 감수하고, 11월 11일부터 대만에서 예선라운드 4경기를 갖는다. 그 후 8강까지 대만에 치른 뒤 4강에 올라가면 11월 19일에는 다시 일본 도쿄로 들어가야만 한다.
한마디로 한일전을 삿포로에서 치르는 것 때문에 한국은 고생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다면 11월 3일에야 끝난다. 11월 4~5일은 고척돔에서 쿠바와 평가전을 치른다. 그리고 6일 삿포로로 넘어간다. 결국 대표팀이 삿포로돔에서 적응 훈련에 임할 수 있는 시간은 11월 7일이 유일하다.
그런데 야구계에 따르면 일본이 최근 ‘11월 7일 삿포로돔 훈련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는 ‘삿포로돔은 야구와 축구 겸용 구장이다. 그런데 7일 축구경기가 있다’고 한 것이다. 11월의 삿포로 날씨를 고려하면 매우 추울 가능성이 높다. 실외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은 ‘삿포로돔이 아니더라도 실내연습장을 구해놓겠다’고 대안을 제시했으나 KBO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이 삿포로에 개막전을 하러 가는 것부터가 양보인데 어떻게 현지 적응훈련 한번 못하게 할 수 있느냐’는 논리다. 삿포로돔에서 숱하게 경기를 치러온 일본 선수들과 비교하면 아주 불리할 수밖에 없다. KBO는 일본의 수정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일본이 한국을 프리미어 12 대회에 불러다 들러리만 세우고, 잇속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 받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