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 달 동안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열풍이 뜨거웠다. ‘막장드라마’가 활개 치는 풍토 속에서 ‘응답하라 1988’(응팔)은 마음 따스해지는 푸근함을 안겨줬다. 어느새 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응팔’ 덕에 웃고 울며 행복해 했던 시간도 이제 지나고 있다. 16일 종영을 앞두고 ‘막장’의 스포일러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많은 시청자는 여전히 그 아름다운 결말을 지켜볼 것이다. ‘응팔’이 담아낸 정겨운 에피소드와 이 드라마가 탄생시킨 스타들의 면면은 또 다른 추억으로 남을 터이다. 스포츠동아도 그 추억을 함께 나누려 한다.
1. 가족애|다섯 가족이 등장한 따뜻한 코믹가족극
2. 우정|쌍문동 5총사·이웃들의 가슴 진한 울림
3. 노하우|‘응칠’‘응사’ 복고 감성 담아 업그레이드
많은 이들은 ‘응팔’의 방송 전 그 성공 여부에 물음표를 던졌다. 연출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 1997’(응칠)과 ‘응답하라 1994’(응사)에 이어 또 다시 손잡고 복고와 향수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 때문에 ‘자기복제’의 우려를 산 탓이다. 하지만 이전 시리즈보다 시청률은 물론 매출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며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을 뒤집어 놓았다. 그렇다면 ‘응칠’과 ‘응사’에는 없었던, 혹은 더욱 진해진 ‘응팔’만의 성공 키워드는 무엇일까.
● 가족애…“내 끝사랑은 가족입니다”
‘응팔’ 포스터 속 문구다. 방송 내내 시청자는 여주인공 성덕선(혜리)의 남편을 찾기 위해 마치 추리극처럼 드라마를 뜯어봤지만, 제작진은 궁극적으로 코믹가족극을 그리고자 했다. 신 PD는 ‘응칠’ 때부터 하고 싶었던 가족 이야기를 ‘응팔’로 풀어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이뤘다.
‘응팔’에는 이전 시리즈보다 많은 다섯 가족이 등장한다. 덕선을 중심으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 등 극중 함께 성장해가는 ‘5총사’와 그 가족이다. 덕선의 부모인 성동일과 이일화를 비롯해 이들의 부모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또 형제와 자매 등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도 늘었다. 덕선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언니 보라(류혜영)와 남동생 노을(최성원), 선우의 어린 여동생 진주(김설), 정환의 형 정봉(안재홍) 등이다.
이들 가족들이 엮어낸 스토리는 때로는 감동의 눈물을, 또 때로는 코믹함의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청춘의 로맨스를 넘어 가족애의 진한 감동을 안기며 ‘응팔’은 또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가족극이라는 추억을 안겨줬다.
● 우정…“웬열! 사랑보다 우정이죠”
‘응칠’과 ‘응사’가 오롯이 여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펼쳐가는 로맨스에 집중했다. 하지만 ‘응팔’은 그와는 다소 달랐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골목을 사이에 둔 ‘응팔’의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 서로 희생을 당연시 하며 친구를 위해서라면 먼 길, 갖은 고달픔도 마다치 않았다. 마치 형제와도 같은 이들의 모습은 그때 그 시절 훈훈한 풍경을 추억하게 했다.
더욱이 소꿉친구 덕선-정환-택은 삼각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쌍문동의 골목을 사이에 둔 ‘응팔’의 주인공들은 사랑 때문에 10년 넘게 쌓아온 우정을 배신하지 않았다.
또 이들의 부모들이 나누는 이웃사촌의 정감 어린 모습도 콩 한 쪽도 나눠 먹을 줄 알았던 시대의 따스함을 떠올리게 했다.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서로 보듬던 우리네 일상의 또 다른 ‘사촌들’이었기 때문이다. ‘쌍문동 태티서’ 라미란·이일화·김선영의 우정도 가슴을 울렸다.
● 노하우…“촌스럽지만 따스하게”
‘응칠’과 ‘응사’를 통해 제작진의 실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사실 이야기가 더욱 먼 과거로 날아가 펼쳐진다고 했을 때 과연 그때 그 시절 풍경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시청자와도 활발히 교감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시절의 다양한 세상살이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가족, 사랑, 우정 그리고 따스한 심성을 지닌 이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신 PD는 “촌스러우면서도 따뜻한 가족애”를 말했지만 촌스러움은 오히려 보편성의 가치를 드러내는 가장 유력한 정서가 되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