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제69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운데)가 맨발로 레드카펫 위에 섰다. ‘레드카펫이 여성에게 차별적이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영화제 하이힐 강요 차별 반대
줄리아 로버츠, 맨발 레드카펫
“입양한 어린 딸 성폭행한 사람”
수잔 서랜든, 우디 앨런 맹비난
관록의 여배우들이 프랑스 칸에서 ‘카리스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말보다 행동으로 신념을 전하는 스타도 있다.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된 무대인만큼 여배우들의 과감한 선택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맨발’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머니 몬스터’로 처음 칸을 찾은 그는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 맨발로 입장했다. 12일(한국시간) 개막해 이제 중반을 넘기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가장 획기적인 선택으로 통한다.
줄리아 로버츠가 맨발 레드카펫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레드카펫이 여성에게 차별적이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사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레드카펫과 여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됐다. 영화제 측이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여성의 상영관 입장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줄리아 로버츠가 행동으로 자신의 뜻을 드러내면서 ‘레드카펫 차별’ 이슈는 2년째 이어졌다.
할리우드의 ‘행동파’ 배우로 꼽히는 수잔 서랜든(작은 사진)은 더욱 격정적이다. 올해 영화제가 수여하는 ‘우먼 인 모션’ 상을 받기 위해 칸을 찾은 그 역시 굽이 없는 플랫슈즈를 신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여기서만 그치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들의 활약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짚어내 공감을 얻었다. ‘우먼 인 모션’상 수상 이후 버라이어티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 “여성영화는 이제 만화로나 만들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 이유로 “영화 제작현장에 남성 스태프가 늘어나면서 여성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한국영화에도 충분히 ‘적용’되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할리우드의 ‘행동파’ 배우로 꼽히는 수잔 서랜든(왼쪽)은 굽이 없는 신발을 신고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함께 출연한 지나 데이비스와 함께 16일(한국시간) 칸을 찾았다. 세상의 주체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영화처럼 여배우로서 자존감을 드러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동시에 수잔 서랜든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카페 소사이어티’와 그 연출자인 우디 앨런 감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입양한 어린 딸에)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 논란이 나올 때마다 부인해온 우디 앨런 감독은 엉뚱하게 칸 국제영화제에서 동료 영화인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분초’를 다투며 일한 한국 여배우 강수연도 빼놓기 어렵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10일 칸에 도착한 그는 연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목적은 하나다. 21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세계 영화인들을 초대하고, 초청할 만한 영화를 살피기 위해서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낸 셈이다.
칸에서 만난 강 위원장은 “베니스나 베를린 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 만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예정대로 잘 치러진다고 알리고 있다”며 “이곳에서 만난 영화인들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