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마음만은 턱별시’ 양상국, “경상도에선 신(神)!”

입력 2012-04-20 09: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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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스타와 전남 출신 여기자의 대담
“상국씨, 럭셔리한 콘셉트로 갈게요~.”
“아잉, 내 사진 음~청 몬 찍는데….”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 몇몇은 공감한다. 평소 서울말을 잘 구사한 사람이라도 고향 친구를 만나거나 당황스러운 일을 맞닥뜨리면 나도 모르게 걸쭉한 고향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카메라 조명이 연거푸 터지자 실명하겠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 남자.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네가지’에서 ‘촌티’ 팍팍 풍기면서도 “마음만은 턱별시(특별시)”이라고 빡빡 우기는 경상남도 청년 양상국(29)과 전라남도 출신 여기자가 마주앉았다.

▶ “대통령, 영부인 그리고 양상국”

“누구라도 ‘개콘’에서 2분짜리 원샷을 한 달만 받으면 스타 될 끌요?”

쑥스러워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지만 요란한 웃음은 감출 수 없었다. 코너 ‘서울메이트’에 이어 ‘네가지’가 대박이 나자 양상국은 고향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아휴~ 저희 동네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영부인인 손명순 여사, 그리고 개그맨 양상국이 나왔습니다. 개그맨 공채 합격 했을 때 동네에 플랜카드가 6개가 붙었어요. 지금은 진영 사람들이 웬만하면 저를 다 알죠.”

‘하긴 읍 단위니까’ 파란 대문 집들이 많고, 담 너머 옆집의 밥상 위 반찬까지 아는 동네인줄 알았다. 이에 그는 스마트 폰으로 진영읍의 위성사진까지 보여주며 반박했다.

“5만 명 살아요. 있을 거는 다 있어요. 브랜드 아파트도 다 있고, 던킨 도넛도 있어요. 우리 읍은 다른 동네 ‘군’정도의 읍이에요. 전 여자 친구가 고창군에 살아서 읍을 무시했어요. 그러다 진영엘 놀러 와서 음청 놀래드라고요. 물론 저도 어렸을 때는 경운기도 몰아봤고, 가재도 잡아봤죠. 시내 얘들을 못해 봤을 껄요?”

기자의 집 마당에는 상추도 기르고 개도 있다. 집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뒷산에는 계곡이 흐른다.

그런데 양상국의 고향집은 ‘무려’ 빌라란다. 고향 이야기에 그는 다리를 꼬더니 긴장을 풀며 말한다. “아이고야~ 진짜 시골사람 만났네!”


▶ “서울 애들은 다 잘생긴 줄 알았는데...”

“방송에서보다 ‘촌티’가 덜 나네요?”

키 185cm, 65kg, 좁지 않은 어깨, 생각보다 작지 않은 눈. 실제로 만난 양상국은 '네가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자들이 싫어할 만큼 ‘촌티’나는 인물은 아니었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도 심하지 않았다

“개그맨 되고 싶어서 서울에 왔어요. 근데 실상 서울애라고 막 잘생기지는 않았더라고요. 제 외모는 중간 이상인 것 같아요.”

의외로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말없이도 편안한 친구를 좋아하고, 쉬는 날에는 민물낚시를 즐긴다고 했다. 무대 밖에서는 부끄러움도 많아 홍당무가 될 때가 많다고 한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다. 때문에 그는 사투리가 만들어준 '촌놈' 캐릭터에 감사했다.

“얼굴이 못 생기지도 않았고, 한민관 선배처럼 마르지도 않아서. 서울에서 태어났으면 캐릭터 없어요. 지금 말투는 사투리도 아니고 서울말도 아닌 저만의 말투가 됐죠. 유행어도 잘 살릴 수 있죠.”

앞으로도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다는 양상국. “그래도 고향가면 ‘서울말 잘 쓴다~’ 해요.”

▶ ‘봉다리’로 통했다

양상국은 억수로 운 좋은 남자다. TV 한번 출연이 꿈이었던 그는 2005년 '개그사냥'을 통해 방송국에 발을 들여 놓더니 '개그콘서트'라는 큰 무대를 소망했다. 그리고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꿈은 실현됐다.

“강호동 선배 덕분에 지방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방송에 많이 출현할 수 있다고 봐요. 고맙죠. 지금 꿈은 박명수 선배 같이 2인자 MC요.”

이외에도 그는 인생의 최종 목표가 ‘있어 보이는 말로는 사업, 장사꾼으로서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발 빠른 장사꾼이 될 거예요. 촌은 항상 늦어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PC방이 생기면 지방에는 6개월 뒤에 생길끌요? 읍내까지 들어오면 1년 정도 걸려요. 기자님도 안 그래요?”

인터뷰 내내 시치미를 뚝 뗀 기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봉다리’ 알아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봉지”라고 정답을 말하자 한바탕 폭소한다.

“맞네! 우리 서울사람처럼 말 하지 맙시다. 히히.”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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