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28.일요일 투어 열째 날 맑다 비내림
이동경로 : 무제치늪~양양기온 : 25.2c
날씨 : 흐리다 비
주행거리 : 287km
주유비 : 34,000원
숙박비 : 35,000원
식사 : 13,500원
경비 :
총경비 : 82,500원
대충 된장 찌게 슥슥 비벼먹고 무제치늪으로 고고~~
정족산을 찾아라!! 이거 뭐…..특명도 아니고~
웅촌면 은현리 동사무소로 일단 찾아가서 무제치늪을 위치를 물어보자.
일요일인데도 동사무소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들어가보니 한 분이 계셨는데 무제치늪을 물으니까 약도를 그려주신다.
검단초등학교를 끼고 우회전이라는데 약도대로 올라가 보니 그림 같은 집들만 보이고 무제치늪 표지판은 보이질 않는다.
마을주민들에게 여쭤보니 모르신단다.
휴.....이렇게 길에서 1시간째 헤 메고 있다.
예쁜 팬션 같은 집에서 주말이라 친척이 놀러 왔는지 배웅 나온 주인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여기 무제치늪이 어디 있나요?”
아저씨 나 같은 사람 여럿 보셨나 보다.
다시 검단초등학교로 내려가서 좌회전 하라신다.
거기서 다시 물어보라고. 이 놈의 무제치늪은 어디 있는 거야~
더운데 슬슬 신경질 비슷한 것이 고개를 쳐들길 시작했다.
걸어 다녀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더위에 바이크 자켓에 헬멧 장갑을 끼고 길을 잃고 헤 메는 꼴이 그저....바보 같다.
이번에도 속는 셈치고 가르쳐주신 길로 가보기로 했다.
한참을 들어가보는데 저쪽에 용달차 한 대가 내려 오고 있다. 불러세운다
“죄송한데...무제치늪이 어디 있나요?”
활짝 웃으시면서 한 길로만 쭉 가라신다.
좌회전도 우호전도 하지 말고 쪽 올라 가라신다.
말 들은 대로 오르다 보니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길이 맞나?’
긴가 민가 하면서 엑셀에 힘을 주는데 아스팔트길이 끊겼다.
헉!!
내 바이크가 오프로드용이 아니어서 이런 자갈길로 가다 보면 바퀴에 파스가 나고 말 것이다. 신경이 곤두선다.
조금만 실수하면 돌가루와 흙 길에 넘어져 버리고 사람 하나 없는 산속 길에서 이 300kg 가까운 바이크를 일으켜 세울 자신도 없다.
맞는 길인 줄도 모르는 곳에서 도로도 없고 표지판도 없는 울주군의 무제치늪이 내 투어 중에서 최대 고비인듯 하다.
길이 끊겨서 바이크를 세우고 사진기를 챙겨서 걸어 올라간다.
인적이 드문 곳 이어서 좋은 점은 늪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이 아주 쉽게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다시 길이 나온다.
‘엥? 이거....바이크를 가지고 가~ 말어~?’
다시 길이 있다면 차가 다니는 길이다.
그럼 아스팔트가 끊긴 한 복판에 세워 두었으니 분명히 누군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다시 내려가 바이크를 가져오기로 했다.
민 소매를 입었어도 벌써 땀이 뚝뚝 떨어진다. 모든 정신과 힘을 바이크 핸들에 집중하고 앞만 보면서 고른 길을 찾느라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내가 이런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소위 말하는 s대도 들어갔겠다.ㅎㅎ
산악 바이크 흉내를 내며 겨우 겨우 무제치늪 초소에 도착했다.
아저씨 한 분이 초소에서 나오시더니 늪에 탐사 나왔냐고 하신다ㅋㅋ
내게서 학자의 향기가?ㅋㅋ~
아니요~그냥 개인적으로 왔어요.
그런 나를 무제치늪 안내판으로 불러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원래 4개의 늪이었는데 2개는 훼손이 심해서 2곳만 관리 보존한다고 하신다.
<무제치늪>
해발 700.1m인 정족산 정상 바로 아래의 능선에 약18만 4000㎡에 걸쳐 형성된 습지이다. 6000여 년의 세월을 거쳐면서 화강암 풍화작용과 홍수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분지 형태의 습지로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산지 습지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모두 4개의 늪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늪은 해발 510m에, 제2늪은 해발 558m에, 제3늪과 제4늪은 해발 630m에 거의 붙어 있다. 습지 바닥에 미세한 수로가 많아 항상 일정한 양의 수분과 물이 고여 있으며, 이탄층의 잘 발달되어 있으며 지형과 지질이 특이하여 학술적 연구가치가 크다.
50여 종의 습지식물을 포함한 257종의 희귀 동식물이 분포하여 생태계의 보고(寶庫)라 평가된다. 끈끈이주걱•이삭귀개•땅귀개•큰방울새란 등 희귀한 습지식물류가 55종 분포하며, 멸종위기종 2급인 꼬마잠자리•큰물자라 등 수생곤충과 벌호랑하늘소•왕거위벌레•흰줄표범나비 등 곤충류 197종, 무당개구리•산개구리 등 양서류와 파충류 5종이 서식한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특산종으로 알려진 좀조개풀이 이곳에서 서식하는 것이 국내 최초로 보고되었고, 멸종위기에 놓인 꼬마잠자리의 산란처가 있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인정되어 1998년 8월 9일 환경부로부터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또 2007년 12월 충청남도 태안군의 두웅습지와 더불어 제1늪과 제2늪이 람사르습지로 지정, 등록되었다. 국제습지조약(람사르협약) 가맹국들은 국제적으로 중요하거나 독특하고 희귀한 유형의 습지를 보호지로 지정하여야 하는데, 이를 람사르습지라고 부른다.
일단 늪으로 가보기로 한다.
지금까지 보아온 늪 중에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으나 산지 습지란 것은 아주 흥미로운 곳이다. 순천만 우포늪 등등...관광객과 출사 나온 사진동호회들의 천국이었는데 이곳은 내가 있는 동안 동네 주민 부부가 등산 온 것 외엔 사람들은 없었다.
1늪과 2늪의 표지판을 둘러보고 초소아저씨께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저씨. 여긴 표지판이 하나도 없어서 찾는데 애 먹었어요.”
그러자 아저씨...”미안하게 됐군요.”
안 그래도 마을에 표지판이 있었는데 마을 주민이 사유지에 꽂아 놓았다고 뽑아 버렸다고 한다.
이런...... “사유지 렌탈료를 지불하고 세우는 방법이 있지 않나요?”
하니까 정부에서는 그런 지원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도 없단다.
“음. 그렇담 마을 주민의 양해가 가장 쉬운 방법이겠군요.”
“그렇죠” 라고 하신다.
에휴~ 모든 협상은 양보와 절충이 필요하지만 이런 습지 표지판은 주민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 사유지 주인이 좀 괴팍스런 성격인가? 잠깐 생각에 잠긴다.
아저씨가 논문을 쓰냐고 하신다.
“아뇨. 전국을 돌며 람사르 습지를 둘러보고 있어요. 책도 함 내 볼까요?”하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젊은 사람이 참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단다.
먹고 사느라 힘들어서 환경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보니 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하신다.
하지만 “환경이 그 어느 것 보다 소중하잖아요?” 하고 내가 답답한 마음에 거들어본다.
초서를 지나 바로 첫번째 늪을 만난다.
그길을 쭈욱 따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말라있는 늪을 만난다
조금만한 표지에 습지보호구역이란 안내판이 붙어있다
인적인 드믄 산지습지 안에 저 나비와 나만이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있고 숨죽이며 이 나비의 시선을 쫒다 풀위에 앉은 녀석을 관찰한다
습지이면서 등산로이기도 해서 각각의 산악회를 알리는 명찰이 마치 성황당의 그것과도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한참을 걷다보니 약수터인거 같은 곳을 발견한다
바가지가 걸려있는 것을 보니 오가는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이곳이 습지가 아닌 그저 등산로로 착각이 들정로 오던길의 습지의 기억은 달아나버린다
좁다란 길의 연속이다
사람 한명정도 다니는 폭의 길이 한참을 이어간다
이길을 가다가다 보면 늪의 구간은 끝이 난다
다시 돌아오다 이름모를 음…파리보다 크고 메뚜기보다는 작은
녀석들의 교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원점으로 돌아와 첫번째 늪에서 내 카메라 렌즈를 들고 사진한장 촬칵!!
인사를 하고 내려가는데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자. 이제 어디로 가야 하더라? 음. 홍천으로 가야 하는군’
대략 400km가 넘는 길이다. 오늘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런지.
한 60km쯤 갔을 때 눈이 시리고 정신도 흐릿하다.
쉬어야 한다. 잠깐 물 한 병 사서 벌꺽 들이 마시고 지도를 꺼내 지금의 위치를 확인한다.
갈 길이 멀다.
정말 정신력 하나로 버티지 않으면 예정대로 마칠 수 없다.
울산 공항을 거쳐 경주쯤 들어섰을 때 등이 뻐근해서 “안압지” 에서 잠깐 숨을 돌린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투어 나온 바이크가 아주 많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 앉았어도 한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다시 시동을 걸어 영덕쯤에 왔을 때 컵라면 하나 면만 건져 먹고 맘이 급해 시동을 켠다.
해가 지기 전에 삼척이라도 들어서야 하는데..
안전하게 달려야 하는지는 알지만 어느새 170km훌쩍 넘겨 달린다.
영덕을 지나 울진 그리고 삼척, 동해를 달리고 있다.
주유를 하면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제법 많이 올라왔다.
욕심 같아서는 홍천 내면까지 도착하고 싶었으나 이미 내 몸은 수분이 모두 달아나가고 건드리기만 하면 부셔질 거 같은 타다 남은 재 같았다.
좀 더 힘을 내보자.
도착해서 백숙이라도 한 마리 뜯자 하며 나에게 위로한다.
강릉을 지나칠 때 이미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지만 이젠 어둠쯤이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가녀리게 내리는 비는 내 맘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계속 달릴까? 여기서 숙박을 해야 하나 고민이 장난 아니게 된다.
이번 투어의 최대 고민은 달려야 하는지 서야 하는 지였다.
우비를 꺼내 윗옷만 입고 다시 달려본다.
길이 미끄럽다 이렇게 어설프게 내리는 비가 더 위험하다.
홍천을 몇km 남기고 링위의 권투선수처럼 하얀수건을 번쩍들어 ‘항복’하고 무릎을 꿇었다.
안되겠다.
자고 가자.
아까 횡단보도를 지나는데 미끄러진다.
휴~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다.
비도 비지만 몸을 좀 녹여야겠다.
강원도는 강원도다. 달리는 풍압에 기온까지 떨어지니 혹한기가 따로 없다.
‘인터넷완비’ 라는 간판을 보고 숙소로 들어선다.
남은 40km는 내일 달리자.
내일 비가 와도 가야 한다.
이제 두 밤만 자면 서울 입성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숙소로 들어와서 짐만 내려 놓고 바로 앞 야식 집에서 오징어볶음 하나 시키고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이때가 이미 11시가 조금 넘었다.
잠을 자자.
내일 비가 온다는데 일어났을 땐 멈추어 있길 기도하면서 오늘 하루의 짐을 내려놓는다.
[스포츠동아/ 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