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6>]세월이 만든 ‘지구의 콩팥’ 물영아리오름

입력 2009-10-30 14: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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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6.24.수요일 투어 여섯째날
이동경로 :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물영아리오름
기온 : 23.6c
날씨 : 맑음
주행거리 : 22.40km
주유비 : 14,500원
숙박비 : 117,000원
식사 : 24,000원
경비 :
총경비 : 155,500원

드디어 물장아리오름에 오르는 날이다. 두둥~^^

 


이층 팬션에 묶었는데 아침에 보니 절경이다. 마치 밀림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다. 가까이서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국립공원 중심부에 있는 것이다. 새소리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밀림의 왕자 타잔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새소리다.

물영아리 오름 근처에 다른 오름들이 많이 있었으나 나는 람사르 습지만을 돌고 있으니 다른 오름들은 다음기회에 가볼 것을 약속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팬션 주인 아저씨가 아침도 안 먹고 자느라 밥 못 먹었을 텐데 삶은 계란이라도 싸주랴신다. 맘 좋은 아저씨…네에~~ 의귀초교 쪽으로 나와 1118국도를 탔다. 몇 개의 골프장을 지나 물영아리오름 표지판이 보인다.

 


산 입구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정상까지 얼마 걸리냐니까 1시간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래?
그렇담 시간이 여유가 있군.

내일 올라야 할 물장오리 근처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고 가볍게 등산할 것만 들고 다시 와야겠다. 주유소에 잠깐 들려 주유하는 동안 한화리조트가 얼마나 걸리냐니까 5분정도 걸린단다. 달려서 한화리조트에 체크인하고 얼른 식사를 마쳤다. 지금 비수기라 그렇지 성수기땐 3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와…땡잡았다^^시설이 깨끗하고 절대 조용하다. 주위에 전부 산만 있다. 얼른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동을 켰다. 한참을 달리는데 아까 왔던 길이 아닌 것 같다.


삼나무들이 마치 나에게 인사라도 하듯 정렬로 줄지어 서서 있다. 잠시 내려서 그 길을 조금 걸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지만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선물했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1131국도로 들어섰다.

‘이게…5.16도로군. 음….1119번 도로를 갈아타야 한다.’

이번 여행으로 느낀 점은 모든 것을 순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거.. 수도자가 다 되어가는군.

 


물영아리오름에 도착했다. 카메라가방을 짊어지고 천천히 오른다 수국이 많이 펴있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아저씨 두 분이 각각 전문사진기를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계신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뭐 찍으세요?”
“꽃을 찾고 있는데 영~찾아도 없네요.”
무슨 꽃을 그리 찾을까? 너무나 집중을 하고계셔서 더 이상 말을 못걸겠더랬다.

 


계단이 무척 많다. 욕심을 부려 싸가지고 온 사진가방이 슬슬 짐이 되어간다.

 


욕심을 버려야 하건만 그게 잘 안 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많은 계단을 오르다 보니 젊은 남자가 혀가 땅에 달만큼 헉헉거리며 내려온다. 사다리며 목재를 들고 내려오다 나를 보고 옆 의자에 주저 앉는다.


내가 “아이구 힘드셔서 어떻게 한데……?” 하며 말끝을 살짝 놓는다.
그러자 활짝 웃으며 힘들어 죽겠단다.

나도 저 아저씨만큼 힘이 들지만 나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저 힘내라고 밖에 말 못하고 계속 올라간다. 이 산에는 명가수가 있다. 오르는 내내 그 녀석을 보고 싶었지만 머리카락 보일라 꽁꽁 숨어서 열창을 한다. 열창하면 나도 뒤지지 않는데 너는 너무 비겁하다.

‘얘~얼굴 좀 보여주라. 치……얼굴 한번 보여주지… 쩝…’

오르는 동안 잼난 사진 한장 찍게 되었는데
난 보자마자 강아지가 생각났다..이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걸 연상할까?ㅋㅋ

 


그러다 물영아리오름 정상이다.
산지습지는 볼수록 신기하고 신비롭다
이렇게 놓은곳에 수많은 이탄층과 세월이 더해서 지금의 나와 만나고 있는것이다


<물영아리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화산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분화구 내의 습지이다. 멸종위기의 물장군 등 희귀 습지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국제습지조약(람사조약)에 습지보호구역으로 등록되었다.



저쪽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제주방언으로 뭐라 하시는데 못 알아 듣는다.
뭐 찍냐고 물으신 거다

아무것도 안 찍어요…참나…대답 싱겁다.

꽃뱀이 많다고 하는데….꽃뱀비스무리한 밧줄도 못봤다..에구~ㅠ.ㅠ
그러고 보니 7살 때 이후로 여태 한번도 뱀을 본적이 없는거 같다
뭔가 기막힌 피사체를 찍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내 맘 같지 않으니……

뙤약볕에 그렇게 한참을 물영아리오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올라오다 보면 수많은 나무들이 이름표를 걸고 자기들 이름을 알리며 풍성한 잎을 자랑했다. 여기 있는 나무 이름만 알아도 뿌듯하겠다. 산딸기들이 참 많다.
서서히 내려가자…
혹시 놓치고 온 것은 없나 하고 내려가는데 습지란 곳이 진지함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어렸을 적 뛰놀던 곳들이 이제는 협약을 하고 지정해서 보호하고 관리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고 소중하고 지켜야 하는 곳이지만 아마존의 밀림 같은 것을 상상했다면 실망 할 것이다. 무수한 이탄층들이 지구의 역사를 증명하고 마지막 숨이 있는 곳이다.

뒤늦게 왜그리 습지에 열을 올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습지는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추고 다양한 생명체를 키우는 하나의 완벽한 생태계이다. 이런한 점 때문에 습지는 ‘지구의 콩팥’이란 용어로도 묘사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지구종말의 영화를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잠깐이라도 느껴본적이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진부하고 고루한 표현이지만 지금의 자연과 환경을 아끼고 또 후세에게 남겨줘야한다
얼마전의 다큐멘터리 영화 ‘HOME’에서도 얼마나 짜릿한 지구의 생태계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야기가 좀 무거워질수 있지만 정말로 이 문제는 먹고 사는 것 만큼 중요한 일들이다
무거운 생각들을 정리하며 물장아리오름에서 내려와 안내소에 가서 물 좀 달란다.

 


그러면서 내가 친절한 언니에게 솔직한 예기를 쏟아낸다. 지금 서울에서 여기까지 람사르습지 중에 여기가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안내소에 사람도 있다고… 그러자 아직 전국적으로 인력이 많이 부족하단다. 제주도도 여건이 안 좋아 열악하고. 그래도 안내 2명과 마을 주민이 도와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내일 물장오리 가려 하는데 어떠냐니까 입산금지라 한다. 훼손이 심각해서 오래 전부터 출입금지라 한다. 허가를 받은 사람만 올라갈 수 있고 일반인은 어렵다고 한다. 에구구…올라가려고 물장오리 근처에 숙소를 잡아놨던 건데 이러면 저번 신안장도습지도 못 가고 물장오리도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다. 신안장도는 폭우가 심해서 못 갔고 물장오리는 입산금지라니.

나머지 습지라도 놓치지 않고 돌아봐야 한다. 마치 사명감 같은 뭔가가 내 안에 흐른다.

 


 


그렇게 물장아리오름에서 나와 어제 내 바이크의 숨을 끊어놓았던 섭지코지로 움직였다.

가는 도중 제주 민속제험 마을이 있어 잠시 들러본다.
아주머니 한 분이 방언으로 구경왔냐 하신다. 여긴 실제로 마을 주민이 사는 곳이라며 주민들이 돌아가며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고 하신다.

문 앞에 긴막대가 3개가 있는데 한 개 걸쳐 있을 때와 두 개 걸쳐 있을 때……세 개 걸쳐 있을 때……때론 네 개도 놓여있는데 각각 뜻이 있다고 한다

들을땐 아~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ㅋㅋ

 


돌하르방이 두 종류가 있다는데 오른손이 올라가있으면 문관이고 왼손이 올라있으면 무관이란다.

아~~그랬구나..
부엌을 보여주시는데 아궁이가 없다.


돌을 세워 솥을 올려 놓았는데 외적의 침입이 잦아서 옮겨 다니느라 아궁이를 안 만든단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져오고 관습이 되었나 보다. 시어머니 며느리 솥이 따로 있어서 각자 해 먹는단다. 그래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밥을 차려드릴 필요가 없단다.

와~~지금이야 밥솥이 해주지만 옛날 제주도 며느리들은 좀 편했겠네~

 


똥돼지 우리도 보여주시고 물 긷는 항아리가 어깨에 매는 이유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육지처럼 머리에 이고 다닐 수 없단다.

담장에 돌담이 인상적이라니까 돌에는 암수가 있어서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단다. 참…돌들도 암수가 있다는데 나의 그분은..ㅋㅋㅋ

잠깐 숨을 돌리는데 강쥐한마리가 어찌나 반갑게 달려드는지 나도 모르게 찍어버린 사진이다
어쩜 그리 해맑게 웃는지 ㅎㅎ


마지막 오미자 한잔 주시면서 바쁜 나를 놓아 주신다. 말씀 잘 들었어요^^

1118국도에서 1112국도로 그리고 1136국도로 해서 어제 못 봤던 섭지코지 정상에 가서 올인 성당도 보고 아름다운 자연에 머리 숙여 감사하며 성산일출봉으로 이동했다.


 


 


금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어제도 어두워서 놓치고만 곳인데 오늘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 어두워도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용기 내서 올라가 보았다. 아무것도 안보이고 사람들 떠드는 소리만 들린다. 여학생3명이 사진 좀 찍어달란다

이번 여행 하면서 내내 내가 하고 다닌 짓이다. 남의 일 같지않아 흔쾌히 셔터를 눌러준다. 잠시 벤치에 앉아 아까 싸주신 맥반석 계란을 까먹었다. 평소에 먹지도 않는 건데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안되겠다 식욕발동이다. 요 근처 전복죽 유명한 집이 있다고 했는데…. 오조해녀의집이라고…
밤이라 빨간 지붕을 찾을 수 없었으나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도착.

전복죽 한 그릇 시키고 식당 안에서 만화를 보고 있던 식당 집 꼬마녀석과 잡담을 한다.
헬멧을 써봐도 되냐….남자냐 여자냐….
궁굼한 거 많은 거 보니 요 녀석 보통이 아니다.


저쪽에서 여동생인 것 같은 아이가 내 사진기에 관심을 가진다. “언니랑 사진 찍을래?” 그랬더니 바로 브이자를 만든다. 이쁜 여자아이다.

 


전복을 크게 크게 썰어놓은 전북죽을 맛나게 뚝딱 비우고 숙소로 이동했다. 밤에 운전하지 말자고 매일 다짐하면서 오늘도 이러고 있다. 다행히 나는 밤에 앞이 잘 보이지만..혹시 야맹증이라도 있음 큰일이다.

아까 주유하면서 뒷바퀴를 보니 못이 하나 박혀있었다. 이것도 처리해야 한다. 여기까지 거리도 벌써 1,000km가 다 되어 간다.

오일도 갈아줘야 하는데 부산까지 가야 한다….. 내 예정에 부산은 없다. 어떻게라도 해결 해야 한다. 내일 날이 밝으면 혼다 코리아에 전화해 봐야지. 일단 자자,….

오늘도 멋진 라이딩이었어^^

[스포츠동아/ 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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