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스포츠동아 DB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1만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22·한체대)은 타고난 심폐기능의 소유자다. 2008년 5월, 한체대에서 측정한 결과 이승훈의 산소섭취량은 평균 62.3ml/kg/min, 최대 73.4ml/kg/min에 이른다. 20대 성인남성의 최대산소섭취량 평균치가 약 40ml/kg/mim. 이승훈은 또래보다 1.8배가량 심폐기능이 뛰어난 셈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산하 체육과학연구원(KISS)에 따르면, 박태환(21·단국대)의 최대산소섭취량도 약62ml/kg/mim로 이승훈에 미치지 못한다. 심폐기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마라토너 중, 이봉주가 78.6ml/kg/mim, 황영조(이상40·대한육상연맹기술위원장)가 82.5ml/kg/mim의 최대산소섭취량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이외 종목 선수들은 65ml/kg/mim가 넘으면 월등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빙판 위 마라토너’ 이승훈은 게르브셀라시에 스타일
최대산소섭취량은 심폐지구력과 직결된다. 이승훈이 장거리에 강한 이유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윤성원 박사는 “특히, 이승훈은 스피드지구력(빠른 스피드로 질주하면서도 그 스피드를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24일, 1만m레이스를 분석해 보면 이승훈은 초반 400m를 제외한 전 구간(400m)에서 랩타임이 30초60~31초60사이로 꾸준했다. 막판 800m에서는 자신 보다 4초 이상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고도 코스이탈로 실격당한 스벤 크라머(세계랭킹1위·네덜란드)와 비교해도 2초67을 앞선다. 크라머가 마지막 3구간(8800~9200m·9200~9600m·9600~1만m)에서 31.25초, 31.85초, 32.04초로 스피드가 떨어진데 반해, 이승훈은 31초33, 30초88, 30초34로 도리어 가속을 붙였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레이스 운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마라톤세계기록(2시간3분59초)보유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7·에티오피아) 등 마라톤과 수영에서는 이미 스피드지구력이 대세. 이승훈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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