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편지] ‘영화의 도시’에선 영화적 ‘상상’이 절로

입력 2010-05-14 1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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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과 시상식을 비롯해 칸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화려한 레드 카펫이 곧 이곳을 수놓을 스타들의 화려한 자취를 기다리고 있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개막식과 시상식을 비롯해 칸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화려한 레드 카펫이 곧 이곳을 수놓을 스타들의 화려한 자취를 기다리고 있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세계적인 권위의 영화 축제가 열리는 ‘영화의 도시’로 가는 길.

그래서 그런지 칸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마저도 자꾸 영화의 여러 장면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파리를 경유해 니스공항에 한 밤에 내려 칸으로 가기 위해 택시 승강장에 줄을 섰습니다. BMW X5, 벤츠 등 고급 차종의 택시들이 줄줄이 손님을 태워갔습니다. 우리 일행 앞에 선 택시는 푸조였습니다.

푸조는 스피디한 프랑스 액션 영화 ‘택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차종입니다. 가느다란 금속테 안경을 쓴 잘 생긴 택시 기사는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의 딸을 파리 공항에서 납치하던 그 청년을 닮은 것 같습니다.

20여분을 달려 칸 해변 근처로 접어들 때는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경차 한 대가 전복돼 있고 경찰차 2대와 구급차 3대가 경광등을 켠 채 현장에 도착해있더군요. 사고 차량의 운전자인 듯한 금발의 아주머니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마치 어느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 같았습니다. 사실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는 일상에선 자주 보지 못하는 상황니다. 하지만 칸의 호텔로 가는 길에 본 전복 사고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발코니로 나가 철제 난간에 팔꿈치를 대고 칸의 밤풍경을 바라보는데, 오른쪽에서 난간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난간 위에 내려앉아 겁도 없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둘기는 길고양이나 유기견과 동등한 ‘신세’로 전락했다지만 그래도 동물이 먼저 사람에게 다가오면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먹이를 원하는 듯한 비둘기의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불현듯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영화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새는 갈매기지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와 사람을 공격하겠지?’라는, 새로 인한 ‘망상’은 ‘새’의 장면을 자꾸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앞으로 칸에서 열흘을 더 지내야 하는데, 이러다 영화감독의 충동을 느끼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칸의 첫날 밤은 그런 고민 아닌 고민 속에 사위어갑니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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