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스토리] “이창동, 돈 안되는 감독?”

입력 2010-05-19 20: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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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의 해외 판권을 판매 중인 칸필름마켓의 부스. 해외에서도 명감독으로 통하는 그의 새 작품이란 점만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았다. [사진제공 =유니코리아문예투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의 해외 판권을 판매 중인 칸필름마켓의 부스. 해외에서도 명감독으로 통하는 그의 새 작품이란 점만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았다. [사진제공 =유니코리아문예투자]

‘시’ 제작사 대표 “좋은 결과 기대”
이창동 “감독자격으로 오니 편해”


“심사위원보다 감독으로 오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영화를 즐길 수 있지만, 경쟁부문이다 보니 마냥 즐길 수만은 없네요.” 지난해 심사위원에 이어 올해 경쟁부문 출품작 ‘시’의 감독으로 2년 연속 칸 영화제를 찾은 이창동 감독은 그렇게 소감을 말했다.

이 감독은 19일 오후 7시 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의 대회의장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과 감독 중 어느 것이 좋으냐’는 질문을 받고 “남의 영화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힘든 일이고, 영화를 즐기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자리다. 내 영화로 오는 게 마음이 편하고 좋은데, 경쟁부문이다 보니 마냥 즐기기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올해가 더 좋다”고 말했다.

2000년 ‘박하사탕’이 감독주간에 초청돼 칸 영화제를 찾았던 이창동은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초대됐다. 이창동은 “‘시’를 본 관객이 우리 삶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가슴에 담아가는 것만큼 소통하고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작 ‘밀양’과 비교하는 질문에는 “굳이 나누자면 ‘밀양’은 피해자의 고통을, ‘시’는 가해자 측의 고통을 다루고 있는데, 죄의식 속에서도 시를 쓰기 위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마음의 긴장과 갈등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국어교사 출신으로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이창동 감독은 “어느 직업도 좋아서 선택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일에도 꽤 회의가 생기고 스트레스가 많지만 그래도 영화감독이 가장 좋다”고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영화가 시처럼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모든 영화가 죽어가진 않겠지만, 과거부터 좋아했고, 보고 싶어 했고, 또 만들고 싶어했던 그런 영화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시’ 제작사 파인하우스 이준동 대표는 “이창동 감독이 ‘돈 안 되는 감독’이라고 오해를 하는데, ‘시’ 이전의 작품이 모두 성적이 좋았다. 불행히도 이번 ‘시’는 저조한데, 머지않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 주인공 윤정희는 “좋은 영화로 이 자리에 오게 돼 영광이다. 그간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지 못해 영화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한 번도 떠나진 않았다”면서 “영화배우라는 것은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것인데, 나이와 세월의 흐름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 세월의 흐름에 맞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시’는 20일 오전 2시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회를 갖는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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