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스포츠동아 DB]
#2005년. 이동학이 여전히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어깨 부상 때문에 2004년을 단 3경기 만에 마감한 뒤 모처럼 씽씽 잘 던지던 참이었다. 팔꿈치가 슬슬 이상하다 싶었지만 자꾸 욕심이 났다. “그래도 내가 신인왕 출신인데,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젊으니까 괜찮겠지, 여기서 멈추면 안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방심하고 모른 척 했던 게 아직도 한으로 남아요.” 결국 시즌 중반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재활∼부상∼재활의 악순환. 처음으로 “야구가 참 힘들다”고 생각했다. 창원에 있는 부모를 떠올리며 간신히 버티는 게 일과였다. “자꾸 좌절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마음고생 많이 하셨어요. 늘 ‘힘내라’, ‘아프지 마라’는 말씀만 하셨으니 더 속상했고요.” 그 시절을 생각하면 여전히 눈가가 젖어 온다.
#2010년. 이동학은 지금 1군에 있다. 주인공은 아니다. 2군에서 함께 방을 썼던 후배 고원준이 당당히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부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뿌듯한 심정도 숨길 수 없다. 이제는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한 번도 내가 야구 선수라는 사실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야구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망설임 없이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11년째 프로야구 선수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팀이 크게 지고 있는 9회, 이동학이 마운드에 오른다. 아무도 바뀐 투수의 이름을 궁금해 하지 않는 그 순간,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잘 막아서 동료들을 빨리 쉬게 해주겠다”고. 모두가 에이스일 수도, 모두가 마무리 투수일 수도 없다. 이동학 역시 넥센이라는 톱니바퀴에 꼭 필요한 부속품이다. 더 이상 최고일 수 없어도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아는, 그게 지금 이동학의 야구다.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