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을 겨냥한 방송사의 계산이 남아공 월드컵 열기에 엇나간 격인 듯.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그렇다. 소지섭, 김하늘 등 초호화 캐스팅에 13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스케일에도 불구,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MBC]
‘…김탁구’ 윤시윤-이영아는 쾌청
‘나쁜남자’ 한가인-김남길 안갯속
요즘 수목안방극장에서는 스타 배우들의 희비쌍곡선이 뚜렷하다. 인기와 이름값이 높은 스타들이 우울한 ‘장마’철에 접어드는 것에 비해 신인 연기자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인기로 ‘화창’한 날을 맞고 있다.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남녀주인공인 소지섭과 김하늘은 극 초반 베드신 연기도 불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화제가 시청률로 연결되진 못했다. [사진제공=MBC]
● ‘장마’ 김하늘 ‘안개’ 한가인 ‘화창’ 이영아
김하늘은 장마다. MBC ‘로드 넘버원’(극본 한지훈·연출 이장수)은 시작한 지 2주를 넘었는데도(5회 방영), 아직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하늘은 ‘로드넘버원’으로 시대극에 처음 도전했다. 극중 상반신 등을 노출하는 과감한 베드신까지 펼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비해 반응은 뜨겁지 않다. 한국전쟁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월드컵 열기로 인해 가려지면서 시청자의 선택과 멀어졌다.
한가인 역시 안개 속이다. 3년 만에 출연한 SBS ‘나쁜남자’(극본 이도영·연출 이형민)가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시작은 좋았다. 한가인과 김남길의 만남, 스타 연출자인 이형민 PD의 합작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한층 자연스러워진 한가인의 연기력도 그녀에 대한 기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 월드컵 중계가 복병이었다. SBS가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면서 ‘나쁜 남자’는 결방을 반복했고, 그 결과 드라마의 흐름이 끊기며 시청층이 분산되고 말았다.
반면 이영아는 예상치 못한 강자로 부상했다. 시청률 40%를 넘보는 KBS 2TV ‘제빵왕 김탁구’(극본 강은경·연출 이정섭) 덕분에 이영아는 화창한 날씨를 민끽하고 있다.
● ‘쾌청’ 윤시윤 ‘차츰 갬’ 소지섭 ‘구름’ 김남길
수목드라마 남자주인공 3인방의 상황도 제각각이다. 소지섭, 김남길, 윤시윤 가운데 요즘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제빵왕 김탁구’ 열풍을 탄 윤시윤이다.
윤시윤은 한동안 쾌청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데뷔 2년 만에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단숨에 시청률 30%를 넘으며 상승세를 탔다. 무엇보다 아역 출연분이 끝나고 윤시윤이 등장하자 시청률은 35%까지 치솟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의 등장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소지섭은 처음으로 전쟁 드라마에 도전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시청률은 낮고 극의 흡입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소지섭은 드라마 외적으로는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절친이었던 고 박용하의 장례식을 책임지는 모습이 알려지며 팬들의 신임을 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 같은 모습 덕분에 소지섭 앞에 끼었던 구름도 서서히 개고 있다.
한편, 김남길은 구름이 걷힐 줄 모른다. 지난해 MBC ‘선덕여왕’으로 주가를 높였고 첫 주연인 ‘나쁜 남자’로 상승세를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월드컵 변수’로 인해 마음처럼 상황이 풀리질 않았다. 더구나 15일 군입대까지 결정됐다. ‘나쁜 남자’가 후반부에 극적으로 시청률이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김남길이 그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