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스포츠동아DB
닉쿤 등 귀여운 스타일 연예인 좋아해
“(지)소연이요? 지금까지 남자친구 사겨본 적 없는 순둥이예요.”
지난 1일 끝난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에 올려놓으며 스타플레이어로 떠오른 ‘지메시’ 지소연(18)을 2년간 옆에서 지켜본 한양여대 동기들의 말이다.
09학번 동기들은 지소연이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비수 강나영은 “(지)소연이는 남자에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회가 없다. 여대를 다니고 있는데다 빡빡한 훈련 일정에 가로막힌다”고 밝혔다. 한양여대의 공식훈련은 하루에 두 번. 아침식사 이후 오전훈련과 점심식사 이후 오후훈련으로 나뉜다. 그러나 공식훈련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은 저녁식사 뒤 웨이트 훈련 등 개인운동으로 일과를 마무리 짓는다. 지소연은 이런 일정을 중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소화해왔다. 가끔씩 주말에 외박을 받아 개인시간이 주어져도 집에서 가족들과 모든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여자축구 선수들의 수명은 짧기 때문에 가장 잘 뛸 수 있을 때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동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학생활의 백미라고 꼽히는 ‘미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그에게도 이상형은 있다. 바로 2PM의 닉쿤. 음악 듣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소연이지만 기숙사에서 동기들과 모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닉쿤을 볼 때는 “귀엽다”라는 말을 연발한다고.
동기들이 밝힌 지소연은 ‘쿨한 여자’다. 게다가 장난꾸러기란다. 이런 활발한 성격 덕에 지소연은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착하고 여린 구석도 있다고 한다.
지소연은 동기나 후배들 사이에서 어머니로 통하는 선수. 대표팀에 다녀온 뒤 축구협회에서 제공되는 축구화나 유니폼이 남으면 동기나 후배들에게 건넨다.
그런데 경기만 시작되면 성격이 180도 바뀐다. 지소연은 팀을 이끄는 그라운드의 지휘관이 된다. 중학교 때부터 지소연과 친분을 맺어 절친으로 알려진 전현아는 “약속된 패스가 잘 되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근성과 끈기는 물론 승부욕이 너무 강해 어쩔 때는 친구지만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지)소연이는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수들에게 다가가 애교도 부리고 독려한다”고 전했다. ‘쿨한 여자’답게 뒤 끝이 없다는 것이 지소연의 장점이라고.
동기들은 지소연의 기량을 묻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다른 기량을 보였다고 한다. 지소연은 올해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에서도 상대 선수가 아무리 태클과 전담마크를 펼쳐도 이를 이겨내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수비수 서현숙은 “남성팀이랑 가끔씩 경기를 할 때에도 (지)소연이는 한 명 정도는 가볍게 제친다”며 “한양대 축구부 오빠들도 (지)소연이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익히 들어 경기장에 자주 보러온다”고 말했다.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발판 삼아 지소연은 미국 무대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기들은 하나같이 지소연이 미국에서도 성공신화를 쓸 것이라 장담했다. 공격수 강유미는 “(지)소연이는 충분히 잘 할 것이다. 기본기가 좋고 기복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미국에서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또 수비수 송아리는 “(지)소연이가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한국여자축구 발전은 없을 것이다. 반드시 성공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