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야화] 닉쿤-빅토리아, 외국인 아이돌의 대공습?

입력 2010-07-11 09: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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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인 닉쿤과 빅토리아의 결혼-MBC '우리 결혼했어요-시즌2'● 아시아 시장을 노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다국적 멤버 구성 필요
\'직장인들의 피로 회복제\'로 통하는 5인조 걸그룹 f(x).건강한 웃음과 깜찍한 외모가 매력적인 루나, 설리,빅토리아,크리스탈, 엠버(왼쪽부터)=스포츠동아 박화용 기자

\'직장인들의 피로 회복제\'로 통하는 5인조 걸그룹 f(x).건강한 웃음과 깜찍한 외모가 매력적인 루나, 설리,빅토리아,크리스탈, 엠버(왼쪽부터)=스포츠동아 박화용 기자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점수인 A를 받는 걸그룹이 되고 싶어요."

7월1일 선보인 JYP의 신무기 '미쓰에이(miss A)'의 다부진 포부는 K-pop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기본 활동 무대로 삼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 4인조 그룹 미쓰에이의 페이와 지아는 중국인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아이돌 그룹도 범 아시아적으로 구성되는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새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인재로 눈길을 돌리는 K-pop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댄스가요계에서 외국인 멤버는 1997년 유승준 이래 주로 교포 출신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10년 만에 아시아 각국으로 확장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SM엔터테인먼트가 2006년부터 시작한 'SM글로벌 오디션'이다. 슈퍼주니어의 한경이나 2PM의 닉쿤이 바로 이런 시스템의 산물이다(따지고 보면 이 오디션의 성과가 지금의 다국적 멤버 구성 트렌드로 발전한 셈이다).

외국인 아이돌 원조격인 슈퍼주니어 출신 한경. 스포츠동아 고종철

외국인 아이돌 원조격인 슈퍼주니어 출신 한경. 스포츠동아 고종철


이제는 거의 모든 신생 아이돌 그룹이 외국인 멤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K-pop이 아시아 뮤직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K-pop이 발전하던 초기엔 조금 달랐다. '슈가'의 아유미처럼 일본 시장을 겨냥한 일본인 영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대만 홍콩 태국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연습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돌 멤버 전원에게 영어는 물론 능숙한 중국어 활용을 강조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 2PM의 닉쿤과 f(x)의 빅토리아의 공중파 주인공 데뷔

남성 아이들그룹 2PM의 태국인 멤버 닉쿤.

남성 아이들그룹 2PM의 태국인 멤버 닉쿤.


최근 연예계의 화제는 '태국왕자' 닉쿤과 '베이징공주' 빅토리아가 출연하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시즌2(이하 우결2)'다. 두 출연자 모두 어눌한 한국어 실력에도 국내 방송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남녀 주인공의 탄생을 알리며 호평을 얻고 있다. 국내 방송가에 불어 닥친 외국인 아이돌 대공습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될만하다.



2009년 9월 데뷔해 제2의 소녀시대로 급부상한 5인조 걸그룹 f(x)는 다국적 멤버가 절반을 넘어선 첫 사례이다. 대만계 미국인 엠버와 중국인 빅토리아, 그리고 재미교포 크리스탈 등 5명 가운데 3명이 외국인이다. 이들의 목표는 "아시아 최고의 팝 댄스그룹"이다.

중국인 빅토리아는 베이징 무도학교를 졸업한 뒤 SM 베이징 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화제를 모았다.

닉쿤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남동생'으로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외국인 한류스타다. 닉쿤의 인기에 힘입어 2PM은 태국의 음반차트와 CF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우결2'는 외국인 아이돌 커플을 내세워 국내 연예계에서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외연이 넓어진 K-pop을 해외에 홍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걸그룹 F(x)의 빅토리아. 임진환 기자

걸그룹 F(x)의 빅토리아. 임진환 기자


▶ 정욱 대표 "현재는 한류 2단계…3단계도 머지않았다"

연예기획사들이 앞 다투어 외국인 연습생을 받아들인 이유는 시장논리상 지당한 일이다. 한국 시장만으로는 너무 좁다는 것. 외국인 멤버 하나로 순식간에 출신 국가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가 박지성 선수 한 명을 영입해 한국 시장에서 EPL에 대한 열광적으로 지지를 확보한 것과 흡사한 논리다.

JYP의 정욱 대표는 비,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등 수 많은 한류상품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해 'K-pop의 3단계 발전론'을 제시했다.

"1차 단계는 우리 가수가 해외로 나가서 인기를 얻는 수준이에요. 2단계는 우리 교육시스템이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단계 입니다. 현 시기가 정확하게 2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디라도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미쓰에이는 우리식 교육체제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멤버의 국적과 무관하게 K-pop가수인 셈이에요. 3단계는 우리 시스템이 아예 현지에서 정착해 뿌리내리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르면 1997년 '쿵따리샤바라'의 클론이 대만에서 거둔 성공에서 시작해 2007년 소녀시대의 출현까지 약 10년간이 1단계이다. 2007년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의 등장부터 2단계가 시작됐다. 3단계로 진화할 경우 한류는 자체적으로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고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우뚝 설 수 있다.

이들 덕에 한국의 대중문화 역시 풍성해 지고 국제화 됐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가요계 용병 전성시대'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그러나 이들이 해외에서 한류열풍을 주도하는 K-pop 영토 확장의 첨병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결2' 방송 첫 회 닉쿤과 빅토리아가, 63빌딩 전망대에서 하트 무늬 열쇠고리를 꺼내들고 삼겹살을 나눠 먹으며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 순간 아시아 한류 팬들도 시선이 서울로 향했다.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들은 대부분 아시아의 데이트 명소가 될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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