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캣츠비’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심은진은 “연습하며 병원신세만 세 번이나 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대, 이렇게 힘들줄 몰라
세번이나 병원신세…
뮤지컬선 ‘애교쟁이’
드라마선 까칠 CEO
가끔 헷갈려 혼나기도…
요즘 섹시 걸그룹에 관대
우린 욕 많이 먹었는데…
뮤지컬배우 심은진. 낯이 익으면서도 낯설다.
인기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던 그의 첫 뮤지컬 무대. 하긴 최근에는 가수 활동보다 ‘거상 김만덕(2010)’, ‘대조영(2007)’ 등 드라마 출연으로 연기자로서 공력을 쌓는 데에 힘을 썼던 만큼, 뮤지컬 도전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심은진은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에서 주인공 선역을 맡았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오후, 서울 강남의 연습실에 나타난 심은진의 표정은 살짝 굳어 있었다. 날씨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선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과정을 물었다.
“작년부터 뮤지컬 쪽에서 제안이 들어오긴 했는데 드라마 지방 촬영이 많아 아예 생각도 못했어요. 그러다 ‘위대한 캣츠비’ 대본을 받아 봤는데 신선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일주일에 두 번 출연이니까 ‘할 수 있겠다’ 싶어 덤빈 건데 ….”
그런데 막상 해보니 힘들단다. 그것도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과로로 쓰러지고, 장염으로 쓰러지고, 연습하면서 병원 신세만 세 번 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심은진은 케이블TV 채널 SBS플러스의 드라마 ‘키스앤더시티’에서 심은진 역을 맡아 뮤지컬과 동시 출연 중이다.
그에게 “베이비복스 때는 이보다 더 힘들지 않았냐”고 하니 “아유! 그땐 어렸잖아요. 열여덟에 시작했는데. 지금 저 서른이에요”라며 “하하하” 웃었다.
심은진이 맡은 선은 남자 주인공 ‘캣츠비’에게 온전한 사랑을 바치는 순정의 여성이다. 지금까지 심은진이 보여준 ‘보이시’한 이미지하고는 사뭇 다르다. 베이비복스 때부터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해 온 심은진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여자 장수 금란을 맡아 터프한 여성 이미지의 정점을 찍었다.
“그래서 애를 먹고 있어요. 선은 애교있고 발랄한 여성이라 목소리 톤부터가 높거든요. 반면 드라마 ‘키스앤더시티’의 심은진 역은 까칠하고 도도한 CEO 캐릭터죠. 선을 연습하다가 갑자기 드라마 가면 갑자기 심은진이 안 나올 때가 있어요. 감독님이 ‘너 왜 갑자기 만화같은 표정을 짓고 그러냐’고 하시죠.”
반대로 뮤지컬 연습실에서는 ‘심은진’의 말투가 툭 튀어나와 연출자로부터 “선처럼 해라”라는 지적을 듣고 있다고.
“노래, 연기 중 어떤 게 더 어렵냐”고 하니 “다 괜찮은데 대사 외우기가 힘들다”며 머리를 젓는다. 선이란 역할 자체가 워낙 말이 많은 데다, 극의 후반부에는 아예 혼자서 A4용지 두 장 분량의 대사를 해야 한다. 심은진은 “입에 대사를 붙이려고 잘 때도 주절주절 외우면서 잔다”고 했다.
“뮤지컬은 분명 매력있는 작업이에요. (앞으로도 계속할 건가?) 하하, 일단 이거 해보고요. 12월 초까지는 드라마랑 계속 맞물려 있어 저로서는 힘든 체력전이거든요. 이러다 정말 몸이 망가지면 큰일이니 체력이 관건이죠.”
끝으로 심은진은 베이비복스 출신으로서 요즘 걸그룹들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베이비복스는 ‘요정’들이 득세하던 시절에 ‘섹시’를 내세운 최초의 걸그룹이었어요. 요즘 ‘섹시 콘셉트’의 걸그룹 후배들을 보면 전 좋아요. 우리 땐 제약이 많았죠. ‘의상이 야하다’, ‘싸 보인다’, ‘머리 염색하지 마라’, ‘배꼽 피어싱 빼라’. 베이비복스 멤버들과 모이면 ‘결국 이렇게 될 걸, 우리 할 때 욕이나 하지 말지’라고 한다니까요.”
심은진의 첫 뮤지컬 도전작, ‘위대한 캣츠비’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쇼온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