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박현범(23)은 27일 FC서울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했다.
서울과의 맞대결이 올 시즌 정규리그 1위 향방을 가를 중요한 매치인데다 최근 제주가 주전 수비수들의 줄 부상으로 베스트 11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박경훈 감독의 근심은 더욱 컸다.
이를 아는 박현범은 경기 당일 뛰겠다고 자청했고 구자철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박경훈 감독은 “(박현범) 본인이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여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감독 뿐 아니라 축구대표팀 조광래 감독도 박현범의 출전에 슬며시 웃음 지었다.
이유가 있다. 조 감독은 이날 박현범의 플레이를 관전하기 위해 직접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전 박현범이 못 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아니 그 녀석 보러 제주까지 왔는데…”라며 허탈해 했을 정도다.
12월 7일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50명의 아시안컵 예비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 조 감독의 최근 화두는 ‘젊은 피’ 발굴이다.
조 감독은 “막상 50명을 뽑으려 하니 범위가 넓다. 50명 숫자를 맞추기 위해 대표감이 아닌 선수를 선발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30명 정도는 정예로 하고 나머지 20여명은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를 뽑을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박현범에 대한 관심도 이의 일환인 셈이다.
물론 박현범 본인이 이 사실을 알았을 리 없다.
그러나 ‘부상 투혼’이 조 감독의 헛걸음을 막은 것만은 분명하다.
조 감독은 “오늘은 주전 수비수도 많이 빠지고 (박현범도) 100% 컨디션이 아니다”고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다음에 또 봐야지”라며 계속 관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