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비운, 그리고 부활

입력 2011-04-12 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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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동아일보DB

안현수. 동아일보DB

안현수(27, 글로벌엠에프지)의 별명은 ‘쇼트트랙 황제’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5년 연속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의 화려한 커리어는 황제라는 호칭에 부족함이 없다.

2002년 남자 1000m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다른 선수들과 엉켜 넘어지는 불운도 겪었지만, 2006년 마침내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안현수는 2008년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모든 것을 잃다시피 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연습하다 부상을 입었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부상후유증에 시달리며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는 사라졌다. 부진에 빠진 그에게 2010 밴쿠버올림픽은 ‘남의 잔치’였다.

빙상계의 뿌리 깊은 파벌싸움 또한 상처였다. 토리노 올림픽 때 안현수는 금메달 3개를 따내긴 했지만, 자신이 따르는 코치를 따라 여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남자팀 코치를 따르던 선수들이 미니홈피에서 그를 조롱하는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안현수를 따라붙은 파벌싸움의 딱지는 이후 그가 자비로 재활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김기훈, 채지훈, 김동성의 뒤를 잇는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은 그렇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올림픽 때문에 국가대표들이 빠진 2010 동계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

기쁨도 잠시, '세계최강'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2010-2011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안현수는 15위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이 같은 팀 동료들끼리의 ‘짬짜미(나눠 먹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치 스피드스케이팅처럼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만을 선발하는 ‘타임 레이스’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안현수와 팀 동료 이한빈(24)은 지난해 12월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되면서 무적선수가 되었다. 때문에 이들은 올해 2월 열린 동계체전과 3월의 쇼트트랙 종합선수권에 ‘경기 일반’으로 출전했다. 황익환 전 성남시청 감독은 두 선수를 다독이며 이번 대표선발전을 준비해왔다.

그래도 안현수가 3월 28일 열린 쇼트트랙 종합선수권 대회 1000m에서 우승, 500m와 1500m에서는 준우승한 것은 좋은 징조였다.

지난 10일 타임 레이스 방식으로 치러진 대표선발전 1차 레이스에서도 이한빈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안현수도 4위에 올랐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 이정수도 2위를 차지했다.

안현수는 타임 레이스보다는 과거와 같은 오픈 레이스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4월 16, 17일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1차 선발전에서 뽑힌 26명의 선수가 오픈 레이스로 기량을 겨룬다. 타임 레이스로 끝났던 지난해에 비해 안현수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는 주전 4명에 백업 1명을 포함해 5명이 선발된다.

러시아로 떠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지금도 대표선발전은 안현수에게 중요하다. ‘차라리 잘됐다’면서도 아쉬워하는 팬들의 성원에 안현수가 끝까지 보답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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