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헤드 플레이(Bone Head Play). 경기에서 일어나는 어이없는 실수를 일컫는 야구 용어. 단순한 실책(Error)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팬들의 혈압을 일거에 상승시키는 무서운 플레이.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본헤드 플레이가 몇 가지 있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프레드 머클 사건’이다.
2사 1·3루에서 터진 자이언츠의 끝내기 안타에, 1루 주자 프레드 머클이 2루를 밟지 않은 채 그대로 클럽 하우스를 향해 걸어간 것. 결국 상대팀의 항의에 의해 머클은 아웃이 선언되었고 뉴욕 자이언츠는 코앞에서 리그 우승을 놓쳤으며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머클은 이 본헤드 플레이 하나로 쓸쓸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우리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99년 4월 21일 한화 이글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의 경기에서, 당시 한화 소속이던 송지만 선수가 홈런을 친 후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버린 것. 결국 상대팀 김성근 감독의 항의에 의해 송지만 선수의 홈런은 3루타로 기록되었다. 당시 상황을 눈치 챈 팀 동료 로마이어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하지만 물론 영어로 말한 탓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그리하여 이 사건의 교훈은 ‘홈런치고 홈을 밟자’가 아닌 ‘영어 공부를 하자’였다는 웃지 못할 후문도 전해진다. 만일 이날의 본헤드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1999년 1만호 홈런의 주인공은 펠릭스 호세가 아닌 양준혁이었을 것이며, 2008년 2만호 홈런의 주인공 역시 연경흠이 아닌 최동수 선수였을 테니, 때로 본헤드 플레이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운명까지 바꿔 놓곤 한다.
그렇다면 팬에게 있어 본헤드 플레이란? 아무리 오랜 세월 야구팬을 해도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본헤드 플레이다.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거나 조명에 공이 들어가 잠깐 사라지는 상황이야 불가항력적이라지만, 선수가 그라운드 안에서 제정신을 차리지 않아 발생하는 본헤드 플레이는 대체 어찌 납득해야 한단 말인가.
어쩌면 본헤드 플레이 또한 야구의 일부분이며, 때로 야구를 보다 극적으로 재미나게 해주는 조미료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은 행여 조금 덜 재미있더라도 선수들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보고 싶다. 그게 경기 내내 온 마음을 집중해서 응원하고 있는 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성의가 아닐까.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