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이름과 달리 단 한 가지 수, 정공법으로 밀어 붙여 KIA를 준플레이오프에서 꺾었다. 롯데와 플레이오프도 달라진 것은 없다. SK는 사실상 1∼4선발을 미리 공개하는 등 비책 없이 오직 정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선발투수 로테이션·엔트리 준PO와 같아
“SK야구만 하면 된다”…선수들 믿음 중시
이영욱, 불펜 전환만이 유일한 변수 작용
아무 것도 안 바꾼다. 바뀌는 것은 오직 상대뿐이다. SK는 16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PO)에 돌입한다. 그런데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13일 일찌감치 PO 선발 로테이션과 엔트리를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IA와 대결했던 준PO 그대로 간다.
1차전 김광현∼ 2차전 송은범∼ 3차전 고든∼ 4차전 윤희상의 선발이 내부적으로 결정됐다. 또 글로버와 전병두의 엔트리 진입은 불발됐다. 야수진도 변화를 주지 않는다. 준PO의 멤버, 준PO의 전략으로 똑같이 PO에 도전하겠다는 방향이다. 움직이지 않음으로 상대가 먼저 움직이게 만들고 거기서 패착을 찾는 병법의 묘수, 아니면 무수?
● 선수의 야구
‘먼저 알려줘서 무슨 이득이 있나?’ ‘연막을 쳐서 손해볼 것은 없지 않나?’ 이런 ‘정보중시’ 마인드는 감독의 야구에서나 성립한다. 이 대행은 선수의 야구를 신봉한다. 우리 선수가 잘 하는데 숨길 것이 뭐 있냐는 쪽이다. 어차피 분석은 다 할 것이고, 분석한다고 공략되지도 않는다는 관점이다.
SK 선수들이 SK 야구만 잘 하면 상대가 KIA든 롯데든 삼성이든, 어떤 변칙을 구사하든 개의치 않는다는 신념이다. SK 야구의 가장 극적인 변화 지점이다. 감독의 야구 아래에서 SK가 적의 약점을 찌르기 위해 적을 해부하고, 거기에 맞춤 전략을 짜는 가변적 야구를 했다면 이 대행 체제에서는 SK 스타일로 정면에서 밀어붙이는, 주체적 사고법으로 변했다.
● PO의 밑그림
준PO 때와 달라지는 SK 마운드의 유일한 변수는 이영욱이다. 롯데 킬러의 이미지가 있지만 올시즌은 재미를 많이 못 봤다(방어율 5.09). SK는 일단 이영욱을 불펜으로 돌린다. SK의 최대 무기인 박희수∼정우람의 좌완 불펜은 롯데 우타선에 구애받지 않고, 역시 정면으로 붙인다.
정대현, 엄정욱까지의 불펜 조합은 KIA전처럼 고스란히 운용될 것이다. 롯데 타선이 강해도 SK 불펜은 더 강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