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열꽃’을 발표한 가수 타블로. 학력 논란을 겪으며 음반 작업을 중단했던 그는 “아끼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란 사실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2년간 은둔,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딸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본 고마운 시간
10㎏이 빠질 정도로 웃음을 잃고
무한도전 보며 갑자기 웃는 내가 창피해져
난 음악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
생존을 위해 다시 음악 만들자 결심
좋든 나쁘든 이젠 온라인 신경 안 써
지금의 난, 신인 때보다 더 새롭고 꿈같다
학력 논란으로 2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타블로(31)는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고마운 일도 많았다고 했다. 칩거에 가까운 시간들은 “딸이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18개월이 된 지금까지 온전히 육아에 신경쓸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동안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근 첫 솔로앨범 ‘열꽃’을 발표하고 ‘세상 밖으로’ 나온 타블로를 10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안 그래도 마른 체형의 타블로는 더 야위어있었다. 그는 “10kg가 줄었다”고 했다.
● “계획 없이 만든 앨범…따뜻한 환영에 감사”
타블로는 ‘열꽃’을 내면서 “신인 때보다 더 새롭고 꿈 같았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순간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행복하고, 첫 방송 무대(10월30일 SBS ‘인기가요’)에서 무척이나 떨었다.
“내가 음반을 내고 싶은지도,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처음 작업할 땐 음악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내 능력도 잃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대중이)따뜻하게 환영해줘서 많이 고마웠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음반을 내겠다는 생각은 가족의 웃음과 친구들의 격려에서 비롯됐다. 피아노 소리에 춤을 추는 딸을 보면서, 데뷔 시절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과 에픽하이 멤버들의 “넌 음악을 해야만 한다”는 격려를 받으면서 조금씩 칩거의 커튼을 걷기 시작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라는 사실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수들이 음반을 내는 게 생활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나는 생존을 위한 거다. 내가 정상적으로 돌아와야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음악에 애정과 격려를 보내준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프로듀서에 가족애를 느끼고 전속계약을 맺은 타블로는 “에픽하이의 해체설, 불화설은 말도 안 된다”며 “에픽하이를 유지하면서 각자 솔로 활동을 하기로 이미 예전부터 약속돼 있었다. 우리가 따로 활동하는 게 새롭고 특별한 건 아니다”고 했다.
● “‘무한도전’ 보다 갑자기 웃음 터져”
타블로는 아내 강혜정의 산후조리원에서 자신을 둘러싼 학력 논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웃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몇 달 동안 웃지 못했던 타블로는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놀러온 봉태규가 켜놓은 MBC ‘무한도전’을 무심코 보다 “갑자기 ‘빵’ 터졌다”고 했다.
“웃음이 터졌을 땐 나 자신이 참 창피했다. 콘셉트 잡는다고 웃지 않은 것도 아닌데, TV 보다 갑자기 웃었으니….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거 싫어했는데 그 예능이 나에게 웃을 힘을 주더라. IPTV로 ‘무한도전’ 지난 프로그램을 다 찾아봤다.”
타블로는 ‘무한도전’을 본 후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웃음을 잃어버렸을 때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 않았을까. “없다. 사람 만나는 거 좋다. 신난다. 신인 때보다 더 신난다. 새로운 가수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 어설프고 떨리고 긴장된다.”
타블로는 최대한 인터넷 공간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좋든 나쁘든 인터넷 댓글에 몰입하게 되면 현실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학력 논란을 제기했던 누리꾼 ‘왓비컴즈’의 처벌에 대해 “이제 신경 안 쓴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면 누가 가족을 돌보겠느냐”며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고 강조했다.
● “상처는 남았지만 나를 돌아본 시간들”
깊은 상처는 새 살이 돋아 아물어도 흉터가 남기 마련이다. 타블로도 익명의 공간에서 받은 상처가 깊었다. ‘현재 회복도는 어느 정도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쳤다가 원상태로 돌아올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나는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란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은 영영 사라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내 인생을 뒤돌아볼 시간도 많았다. 많이 철없던 모습들, 인기 있다고 오만하고 자만했던 모습들, 해야 할 것만 하다보니 챙기지 못했던 일들과 사람들,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했다. 무언가를 상실했지만 얻은 것도 있다.”
또한 그는 “내가 결혼했다는 것, 아빠가 됐다는 것, 서른이 됐다는 ‘거대한 일’이 그 사이 일어났다”며 긍정의 가치를 강조했다. “계속 좋은 일만 있고 사랑만 받았을 때 아이가 태어났다면, 과연 아이와 이토록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아내를 곁에서 이렇게 도울 수 있었을까. 아이가 말을 하고, 걸음마를 하는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고마운 일이다.”
아울러 누군가에게 일어날 일이었다면 그 피해자가 차라리 자신이 된 게 다행이라며 더 이상 연예인들이 루머로 고통받는 일이 없길 바랐다.
타블로는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하고 싶은 건 많았다. “솔로로서 해보고 싶은 음악도 많고, 작곡가로서도 만들고 싶은 멜로디와 리듬도 있다. 에픽하이의 한 멤버로서도 다시 꿈꾸는 게 많아지고 있다. 즐거운 것 많이 해보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