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가 국내외 합쳐 100만대 이상 팔렸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출시 2개월만에 거둔 성적으로, 5.3인치라는 생소한 크기의 틈새시장 공략용 제품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며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판매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갤럭시 노트의 가장 큰 특징은 와콤의 티지타이저(전자유도) 방식 터치펜인 ‘S펜’이다. S펜과 같이 쓰이는 티지타이저 방식은 기존의 감압식이나 정전식에서 한층 더 진보된 터치패널로, 필기시에 보다 정확한 입력을 지원한다.
사실 터치펜이 새로울 것은 없다.과거 감압식 터치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에도 터치펜이 있었다. 당시 사용자들은 직접 자필로 문자를 보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용도에 터치펜을 활용했다. 또한 감압식의 특성상 손가락으로 누를 때 엉뚱한 데가 눌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전식 터치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고 난 이후, 터치펜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에서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감압식 터치패널이 멀티터치(두군데 이상 동시인식)가 되지 않아 정전식 터치패널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압식 터치패널의 단짝과도 같던 터치펜도 같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또한 손가락만으로도 스마트폰을 조작하는데 큰 아쉬움이 없을뿐더러, 터치펜은 보관도 번거롭고 분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스티브잡스 전 애플CEO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에 더 이상 터치펜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터치펜을 필요로 하는 일부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수없이 등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터치펜 액세서리가 바로 그 증거다. 제 아무리 손가락으로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려도 터치펜을 통한 필기나 그림의 정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터치펜은 손가락보다 더 정확하게 누르는 위치를 지정할 수 있고, 필기를 할 때도 터치펜으로 적으면 공책에 필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어 사용자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치팬과 정전식 터치패널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정전기를 통해 입력을 인식하다 보니 터치펜을 정전기가 일어나는 특정재질로 만들어야 하고 끝이 뾰족하면 정전기가 적게 일어나 인식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가락을 이용해서 쓰는 것과 정확도에 딱히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터치 펜을 쓸 때 손바닥이 화면에 닿을 경우 둘을 구분하지 못해 필기시 실수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 아무리 많은 필기용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해도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필기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칼인 S펜을 빼 들었다. S펜의 장점 중 하나는 화면에 필기를 할 때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S펜에 붙어있는 버튼을 통해 선의 굵기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마치 공책(노트)에 연필로 글을 쓰듯 자연스럽게 필기를 할 수 있다. 삼성은 이 기능을 보조하기 위해 전용 필기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했고, 그 API(개발툴)을 공개해 다양한 갤럭시 노트 전용 추가 어플리케이션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정전식 터치패널도 같이 탑재 되어, 손가락과 S펜을 번갈아 가며 쓸 수도 있다.
다만 필기입력이 반 박자 정도 느린 문제가 있다. 또 아직까지는 S펜을 활용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 게다가 국내판 갤럭시 노트는 4G LTE용으로 출시하기 위해 프로세서를 바꿔, 해외판 갤럭시 노트에 비해 성능과 배터리 지속시간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S펜 입력이 더 느리다는 소문이 돌아 일부 사용자들이 해외판 갤럭시 노트를 구입해 개통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필기기능은 국내판과 해외판에 차이가 없다.
갤럭시S2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갤럭시S2’ 하나의 제품만으로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점에 주목해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꽤 빠른 속도로 100만대 이상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소위 꼼수라고 불리는 점이 하나 섞여 있다. 바로 100만 대 판매라는 수치는 통신사에 넘긴 공급량 기준이며, 실제로 사용자에게 판매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갤럭시 노트의 국내 공급량은 22만대 내외이며 이 가운데 실제로 사용자에게 판매된 것은 7~8만대 정도다.
삼성전자는 현재 유럽과 중국, 대만, 그리고 대한민국에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 상태며, 이후 미국과 일본에 갤럭시 노트를 출시해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갤럭시 노트가 어느 정도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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