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희열도 놀란 ‘新감성변태’ 커피소년 “나비되어 팬들에게 날아갈래”

입력 2013-03-29 09: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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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커피소년.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커피소년, 데뷔 후 첫 인터뷰 ‘짝사랑부터 힐링을 노래하기까지’
●‘로스팅 뮤직’ 레이블·출판사 직접 차려…‘알짜소년’
●‘장가갈 수 있을까’…“장가가는 것은 여전히 나의 꿈”
●오는 4월 한달간 소극장 공연 ‘꿈다방 이야기’
“너…, 미쳤죠?”

커피소년(본명 노아람)의 카푸치노에 대한 정의에 유희열이 기겁했다.

커피소년은 지난 3월 8일 방영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카푸치노에 대한 주관적 정의를 묻자 “거품 구름을 헤치고 커피공주를 만나 달콤한 키스를 하는 것”이라고 답해 유희열과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원조 감성변태’ 유희열도 놀라게 하며 ‘신흥 감성변태’로 떠오른 커피소년이 동아닷컴과 데뷔 후 첫 정식 인터뷰를 가졌다.

실제로 만난 커피소년은 ‘감성변태’다운 모습이 엿보였다. 커피소년은 기자의 요청에 만나자마자 그의 대표곡 ‘장가갈 수 있을까’를 불렀다. 기자에게 여자 보컬 부분 가사도 한 소절씩 알려주며, 시종일관 진지하게 한 곡을 모두 소화했다.

“장가 갈 수 있을까, 시집 갈 수 있을까~”

그는 어쩌다 ‘감성변태’로 자리매김했을까, 장가 타령을 해온 그가 이제는 정말 장가를 갈 수 있을까.

커피소년의 달고, 씁쓸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짝사랑을 노래하던 소년, 이제 힐링을 노래하다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과거 짝사랑 했던 한 여성분 때문이에요.”

커피소년은 음원 발매 전, 우연히 밴드 십센치의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됐다. 커피소년은 그날 관객으로 온 짝사랑했던 친구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줬다.

“건반을 치면서 내레이션을 하고, 노래를 했어요. ‘2010년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녀의 이런 점이 좋았습니다’ 등 느끼한 멘트를 하며 10분 동안 마치 한 곡처럼 불렀어요. 저는 무척 간절했는데 관객들은 오글거린다면서도 좋아하더라고요.”

커피소년은 당시 그 공연을 위해 4개월을 준비했다고. 공연 뒤 발매한 음원들도 모두 그 친구를 위한 것이었다. ‘사랑이 찾아오면’, ‘그대를 내 안에’, ‘아메리카노에게’ 등이다.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한 달에 싱글앨범울 하나씩 내겠다’고 마음먹고 정말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정작 그녀는 제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죠. 그 다음 달에 나온 곡이 바로 ‘장가갈 수 있을까’입니다.”

그는 첫사랑 그녀에게 서운했다는 감정을 내비치면서도 이내 담담한 말투로 “지금은 이해가 돼요. 그때는 지금보다 자금 등의 준비가 더 안 됐었죠. 오직 사랑에 대한 용기만 있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커피소년은 그 후 짝사랑을 넘어 자아를 돌아보는 곡들을 선보였다.

얼굴에 난 여드름을 통한 자기극복 이야기를 담은 ‘여드름’, 상처를 통해 더욱 성장한다는 ‘상처는 별이 되죠’,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웃는다’, ‘그대 내게 올 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가수 커피소년.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제 커피소년은 상처를 넘어서 다른 이들을 위로하는 ‘힐링 음악’을 선보인다.

3월 초 발매한 앨범 ‘빈자리’의 타이틀곡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에서 커피소년은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다른 이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알고 보니 레이블도, 출판사도 직접 차린 알짜소년

그렇게 커피소년이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으며 발표해온 앨범이 벌써 19개다. 더욱 놀라운 건 모든 앨범 제작과 홍보 등을 소속사 없이 홀로 진행해왔다는 것.

“혼자 다 한 것은 아니고요.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기타 연주해주는 동네 노는 동생부터 시작해서, 마스터링과 믹싱해주는 형들, 앨범 재킷에 일러스트를 그려주는 교회 누나, 또 이번 앨범에 보컬로 피처링한 동네 노는 보컬들도 있고요. 고맙다고 소고기 사줬죠.”(웃음)

소속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은 없을까. 그는 “물론 있다. 크고 작은 소속사들이 있었는데 어디인지는 밝힐 수 없다”며 “나는 악상이 떠오르고, 가사가 떠오를 때 자유롭게 곡을 쓰고 싶은데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자율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며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커피소년은 직접 ‘로스팅 뮤직’이라는 레이블을 차렸다.

“지금은 커피소년이라는 뮤지션 밖에 없어요.(웃음) 언제까지나 커피소년으로 활동할 수는 없잖아요.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프로듀서가 돼서 다른 뮤지션들 도와주고 싶어요.”

커피소년은 최근에 출판사도 직접 차렸다.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가 몇 번 들어왔어요. 그런데 인세가 10% 정도라고요. ‘앗, 그럼 내가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만든 ‘로스팅 뮤직’ 출판사에서 그가 낸 책은 커피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커피소년의 마음 로스팅’이다. 그가 고정 출연 중인 KBS cool 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서 청취자들에게 들려준 편지 내용도 함께 엮었다.

홀로 차근차근 걸어오던 커피소년은 최근 가수로서 최종 목표를 이루기도 했다.

“가수로서 제 꿈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는 거였거든요. ‘꿈을 이루게 됐으니 망쳐도 괜찮다. 은퇴하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섰죠. 그래도 정말 떨렸어요. 입이 풀리고….”

태연한 표정으로 카푸치노의 오글거리는 정의를 내리던 화면 속 그와는 사뭇 매치되지 않는 대답이었다.


●“여전히 장가 가는 건 나의 꿈”


가수로서의 꿈을 이룬 커피소년, 그에게 남은 꿈은 바로 ‘장가가는 것’.

그는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다”며 “예전에 비하면 이제는 장가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소년은 지금처럼 이렇게 음악을 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다. 요즘도 4월에 앞둔 소극장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재작년에도 ‘꿈다방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카페에서 공연했어요. 지금은 공연에 오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아져서 소극장 콘서트로 발전했죠. 4월 매주 금·토·일요일 총 11회 서울 나루 아트센터에서 해요. 크게 한 번 콘서트를 열 수도 있지만, 작은 공간에서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의 주제는 나비. 커피소년은 네 가지 색의 나비로 변신한다.

“나비가 되어 꽃인 관객들에게 날아갈 거예요. 녹색 나비가 되어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빨간 나비되어 내 정열을 주고, 파란 나비되어 자신감을 보이며, 노란 나비되어 관객들에게 따스함을 줄 거죠.”

역시 ‘신흥 감성변태’답다. 기자는 ‘빵’ 터졌지만 커피소년은 진지하다. 손발이 오글거려도, 따뜻한 진심이 묻어나는 커피소년과의 인터뷰였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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