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엘리스(36·LA 다저스). 동아닷컴DB
LA 다저스는 올 시즌 유독 부상선수가 많았다. 2루수 마크 엘리스(36)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엘리스는 내야자원이 넘치는 다저스에서 개막 첫 달 타율 0.342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앞서 나갔다. 주전 2루수 자리를 손에 넣는 듯 했다. 하지만 4월 27일(이하 한국시간) 부상을 당해 약 한 달간이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엘리스는 5월 20일 팀에 복귀했지만 타격감이 예전 같지 않았다. 5월 타율 0.200을 기록한 그는 6월에도 0.208의 타율을 기록하며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조 최하위였다. 메이저리그 11년 차의 베테랑 엘리스도 팀과 함께 침몰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쿠바 돌풍’을 몰고 온 야시엘 푸이그가 팀에 합류하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투수 잭 그레인키와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가 복귀하자 다저스는 물론 엘리스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7월 타율 0.239를 기록 중이다. 비록 타율은 낮지만 출루율 0.314를 기록하며 부상이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7월 12일 콜로라도 전에서는 4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해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19일 현재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55 4홈런 26타점.
미국 사우스다코다 출신인 엘리스는 대학야구 최강으로 꼽히는 플로리다 대학을 거쳐 199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캔자스시티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그 후 2001년 1월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로 이적한 엘리스는 2002년 4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엘리스는 메이저리그 통산타율(0.264)이 말해주듯 공격형 야수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시절 그의 별명 ‘엘리스 아일랜드’가 말해주듯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다. ‘엘리스 아일랜드’는 대학시절 3루수였던 그가 마치 큰 섬처럼 내야를 떡하니 막고 서있어 좀처럼 그 쪽으로 안타를 쳐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엘리스는 오클랜드에서 뛰던 지난 2006년 아메리칸리그 2루수 최고수비(0.997)를 기록했을 만큼 그의 수비력은 프로에서도 늘 화제가 됐다. 이듬해인 2007년 6월 5일에는 오클랜드 구단 역사상 6번째로 사이클링 히트도 기록했다.
엘리스는 또 지난 2011년 개봉돼 화제가 된 야구영화 ‘머니볼’에도 등장했다. 물론 그가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영화에 오클랜드 2루수 엘리스의 역할이 있었던 것.
엘리스는 이후 콜로라도를 거쳐 지난해 다저스에 합류했고 올해가 다저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이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엘리스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마크 엘리스(36·LA 다저스). 동아닷컴DB
다음은 엘리스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웃으며) 좋다. 정말 좋다. 언제든지 경기에 나가 열심히 뛸 준비가 되어있다.”
-최근 다저스의 상승세가 놀랍다. 비결이 무엇인가?
“다저스의 선발투수진은 시즌 초부터 훌륭했다. 다만 공격과 수비에 문제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공수 양면에서 전력이 좋아져 전보다 나은 경기를 펼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아울러 불펜투수들도 시즌 초보다 많이 좋아졌다.”
-다저스의 상승세를 계속 기대해도 되나?
“물론이다. (주위를 들러보며) 보다시피 우리 팀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선발투수진이 좋은 팀이기 때문에 야수들이 수비와 공격만 받쳐준다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 경기 집중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시즌 초에 비하면 좋아졌지만 아직 내셔널리그 서부조 2위이기 때문에 먼저 선두 애리조나를 잡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될 것이고 목표했던 월드시리즈 우승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나?
“(웃으며) 이 나이가 되면 개인적인 목표는 없어진다. 항상 최선을 다해 매 경기 집중하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우선이자 목표이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날이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루키시즌에 어메리칸 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 진출했던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게 개인적인 영광이었다면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팀 동료들과 함께 일년 내 땀을 흘리며 고생해서 얻은 결과물이어서 그것 또한 매우 소중하다.”
마크 엘리스가 팬들의 사인 공세에 응하고 있다. 동아닷컴DB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2004년이었다. 당시 스프링캠프 경기 때 어깨를 다쳐 일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웃으며) 아이가 셋이나 있다 보니 쉬는 날은 주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편이다. 그런 날은 정신 없이 하루가 간다. 하하.”
-야구 외에 다른 스포츠도 잘하는지 궁금하다.
“학창시절 농구와 미식축구도 했다. (웃으며) 잘한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지금도 가끔 즐기는 편이다.”
-아직도 대학시절 별명이었던 ‘엘리스 아일랜드’로 불리나?
“하하. 그 별명을 어떻게 알았나? 나도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감회가 새로울 정도다. (웃으며) ‘엘리스 아일랜드’라? 정말 오래 전 이야기이다.”
-그럼 지금은 별명이 없나?
“지금은 그냥 사람들이 내 성을 줄여서 ‘엘리’라고 부른다.”
-만약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글쎄 그런 생각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일곱살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후 항상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꿈만 간직했다.”
-당신도 징크스가 있나?
“경기장에 오면 항상 커피 한 두잔 마시고 운동을 시작하는 건 외엔 없다.”
마크 엘리스(36·LA 다저스). 동아닷컴DB
-취미는 무엇인가?
“골프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즐기는 편이다.”
-야구선수들 대부분은 취미로 골프를 즐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웃으며) 글쎄 잘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집이 애리조나에 있는데 그곳 겨울날씨가 따듯해서 오프시즌 동안 골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다.”
-엘리스에게 ‘야구’란?
“나에게 야구는 너무나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야구는 내가 이 세상에서 그 어느 것보다 더 사랑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나는 사람들이 태어날 때 저마다 해야 할 일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생각을 하는데 나는 야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야구를 사랑한다. (웃으며) 물론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가끔 야구에 대한 이런 애정을 잊을 때도 있지만 야구를 향한 내 본심은 7살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후 변함이 없다.”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하자면?
“(단호하게) 열심히 해야 된다. 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어떻게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세상에 마술은 없으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말 해준다. 특히 야구는 이제 남미는 물론, 한국, 일본 등 점차 세계화가 되어가는 추세다. 이는 전보다 경쟁이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다저스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먼저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류현진이 우리 팀 동료라는 게 너무 좋다. 특히 류현진은 다저스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계속 다저스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