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윤석민 통역’ 저스틴 유 “석민이 형, 앞으로 더 잘할 것”

입력 2014-04-22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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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왼쪽)과 저스틴 유. 동아닷컴DB

윤석민(왼쪽)과 저스틴 유.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류현진(27·LA 다저스)은 지난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미국진출 첫 해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빅리그 2년째인 올해도 22일 현재 총 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93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류현진이 이처럼 세계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빅리그에서 2년 연속 정상급 투수의 위용을 떨칠 수 있는 것은 그의 실력과 노력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류현진 곁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그의 통역과 현지생활을 돕고 있는 마틴 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다저스 구단 프런트 직원인 마틴 김은 지난 13일 애리조나에서 만난 동아닷컴 취재진에게 “구단 일과 통역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류현진이 호투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입단한 윤석민(28)에게도 마틴 김 같은 현지 조력자가 있다. 통역 업무를 맡고 있는 저스틴 유(26. 한국명 유세일)이다. 마틴 김에 비해 저스틴 유는 아직 한국 팬들에게 낯선 인물이다. 하지만 통역실력과 윤석민의 안정된 미국생활을 위한 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저스틴 유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교육사업을 하는 부모의 가르침과 영향으로 한국에 사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어를 잘해 동아닷컴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동아닷컴은 지난 19일 윤석민의 경기가 끝난 뒤 저스틴 유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윤석민의 근황과 더불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저스틴 유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나?

“잘 지냈다. 1주일간의 원정경기 일정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와 오늘 첫 경기를 치렀다. 이쪽 트리플 A팀들은 원정 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대략 6-8시간 정도 걸린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컨디션은 좋다.”

-윤석민의 통역 일을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해 한용덕 투수코치(한화)가 다저스 구단에서 연수할 때 우연하게 그의 통역 일을 맡게 됐다. 당시 다저스 구단이 나를 잘 봤는지 한용덕 코치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 다저스 구단에 내 자리를 마련해주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자 나를 볼티모어 구단에 추천해줬다. 그래서 (윤)석민이 형이 볼티모어와 계약하고 이틀 후부터 그의 통역 일을 하게 됐다.”

-본인도 과거에 야구를 했나?

“그렇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서 대학 때까지 투수로 뛰었다. 대학졸업 후에는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해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하지만 어깨도 아팠고 내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지난해 1월 그만뒀다.”

-야구를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다시 야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그만뒀기에 미련은 없다. 특히 석민이 형이나 스프링캠프 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실력을 직접 보니 장난이 아니더라. 그만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

-미국 교민으로 알고 있다. 몇 살 때 미국에 왔는데 이렇게 한국 말을 잘하나?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말도 안 된다.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나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나?

“부모님이 교육관련 사업을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히 집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며 자랐다. 어렸을 땐 한국어를 배우는 게 힘들었는데 성장하고 보니 뿌리교육을 제대로 시켜주신 부모님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부모님께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감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2세들이 한국어를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잠깐만 실례하겠다. (이 때 누군가 저스틴 윤을 찾아왔고 잠시 둘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 이제 다시 통화할 수 있다.”

-얼핏 들으니 윤석민 선수 같다.

“맞다. 형이 잠깐 내 방으로 건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윤석민 선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깐 그의 이야기를 하자. 윤석민 선수가 오늘 잘 던졌다.

“그랬다. 5.2이닝 투구에 2실점, 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형이 잘 던져서 내가 다 기분이 좋다. 경기 초반에는 내가 다 긴장이 됐다. 하하.”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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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선수도 오늘 자신의 투구에 만족해하나?

“그럴 줄 알았는데 형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윤석민 선수가 앞선 2경기에서 부진했다. 혹시 몸 상태가 나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몸이 아프거나 부상은 전혀 없다. 다만 형이 올 초 볼티모어와 계약한 뒤 미국 취업비자 문제 때문에 약 2주 정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자기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형이 누구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얼마 전 볼티모어 산하 더블 A팀에 있는 강경덕(26) 선수에게 들으니 윤석민 선수가 후배들을 잘 챙겨준다며 고마워 하더라.

“그렇다. 지금은 시즌이 시작돼서 볼 수 없지만 스프링캠프 때는 석민이 형이 강경덕 선수와 윤정현 선수를 불러다 밥도 사주면서 잘 챙겨주더라. 석민이 형이 필드에서는 말수도 적고 신중하지만 사석에서는 너무 자상하고 좋은 형이다. 재미난 이야기도 자주 해준다.”

-윤석민 선수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이 크다. 그런데 윤석민 선수가 아직은 인터뷰를 꺼리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석민이 형이 지금은 무엇보다 야구에 전념하고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형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 곧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팬들에게도 자주 소식을 전할 것이다.”

-윤석민 선수가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매일 정해진 개수의 영어단어와 문장을 꾸준히 외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동료들과도 석민이 형이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작하고 막힐 경우에만 나를 부르려고 한다. 야구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공부도 열심히 하는 형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배우는 게 많다.”

-윤석민 선수와 지내며 겪었던 재미난 일화는 없나?

“야구선수의 생활이 워낙 단조롭다 보니 아직까지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다.”

-류현진이 미국에서 호투하며 그의 통역 마틴 김도 유명해졌다. 통역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나도 LA 출신이라 마틴 김 형을 안다. 오늘 석민이 형이 잘 던지는 것을 보니 기분도 좋고 보람도 크다. 오늘 같은 날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석민이 형 옆에서 통역업무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싶다.”

-내년에도 윤석민 선수의 통역을 하게 되나?

“그건 전적으로 석민이 형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마틴 김처럼 구단 직원이 아니라 시즌이 끝나는 올 10월까지 계약된 계약직이다. 형이 나를 다시 찾아주면 계속 통역 일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혹시 생각해 둔 일이 있나?

“로스쿨 진학에 관심이 많다. 올 해 석민이 형의 통역 일을 하지 않았다면 로스쿨에 진학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석민이 형이 미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 후에 일은 그 때가서 정하겠다.”

-시간(밤 12시)이 많이 늦었다. 오늘 피곤할 텐데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아니다. 관심 갖고 찾아줘서 고맙다. 석민이 형 또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한국에 있는 팬들이 많이 성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맙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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