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명장면 BEST3…안성기·김규리·김호정 ‘혼신의 열연’

입력 2015-04-14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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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의 명장면이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이에 제작사 명필름은 14일 관객들이 직접 뽑은 명장면 Best3을 공개했다.


1. 죽어가는 아내와 매혹적인 젊은 여인에게서 느끼는 오상무의 번민

화장품 회사의 중역인 오상무는 세속과 일상에 지친 인물이다. 반복되는 회사일과 헌신적인 간병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투병으로 점점 죽어가는 육신의 아내의 사이에서 지친 그의 열정을 깨운 것은 회사 후배 ‘추은주’.

오상무는 아픈 아내를 곁에 두고, 삶,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는 여인 추은주를 흠모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바라보기만 한다. 그는 회식 자리가 끝난 후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추은주가 선물한 와인을 들고 상념에 빠져 있던 오상무는 추은주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급히 택시를 돌리지만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한다.

허탈한 표정으로 길을 걸어가는 오상무의 축 쳐진 어깨에서 처음으로 마음 속 욕망을 내보였지만 전하지 못한 그의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연기 경력만 50년을 훌쩍 넘긴 국민배우 안성기가 선보이는 인생의 서글픔과 끓어오르는 갈망이 혼재된 중년 남성의 내면 연기가 인상적인 장면이다.


2. 몽환적인 느낌의 아름다운 환상 신

아내의 죽음으로 등장하는 상여 신에서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추은주의 모습은 검은 상복을 입은 일행들과 대비되며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아름다운 젊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추은주는 오상무가 연정을 품는 존재인 만큼 가녀린 몸의 선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신이나, 상여 신 등 오상무의 환상에서 고혹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전반에 깔린 사실적인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마음에 있는 생각, 욕심, 꿈 등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오상무의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강렬한 색채, 세밀한 조명을 이용해 추은주를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존재로 보이게끔 했다. 배우 김규리의 이제껏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낸 명장면이다.


3. “여보 미안해…” 울음 섞인 아내의 한마디

병원의 욕실, 온 몸의 힘이 빠져 남편에게도 차마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가리지도 못한 채 힘겹게 서있는 아내를 오상무는 힘들지만 정성스럽게 씻긴다. 겨우 씻고 난 후 옷을 입히자 마자 아내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연신 미안하다고 말한다.

영화가 공개된 후 평단은 물론 관객 모두 극찬한 욕실 신은 오랜 시간 함께한 남편에게 미안함과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오상무의 감정이 절절하게 묻어난 최고의 장면이다.

암환자로 병약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삭발 투혼과 혹독한 체중 감량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김호정의 메소드 연기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또, 묵묵히 아내를 다독이는 안성기의 모습은 특히 중년층의 공감을 자아낸다.

한편, 영원한 현역,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등 명품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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